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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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수능은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 모든 문제를 맞히고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으면 만점이다. 만점자 중 1명인 포항제철고 최수혁군의 솔직한 인터뷰가 화제다.

“공부 잘하는 건 머리 vs 노력?”이라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머리”라고 답하면서, “솔직히 머리가 좋아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들보다 훨씬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머리가 좋아서 잘 풀리니까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하셨던 아버지의 유전자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교수인 아버지, 서울대에 재학 중인 누나, 수능 만점자 최수혁군까지 우수한 공부 유전자를 가진 집안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공부는 습관처럼 그냥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최군의 만점은 꾸준함도 하나의 비결이다. 사교육도 중학교 때는 과외, 고교생 때는 영어학원과 인터넷강의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예전 만점자들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란 상투적인 인터뷰와는 다른 MZ세대다운 솔직함이다.

우리는 스포츠나 연기, 예능 등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능으로 승승장구하는 2세들을 보면서 누구도 유전자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에 못지않게 공부도 유전자가 중요한데, 이상하게 공부는 유전자의 영향을 인정하려 않는다. 교육학자들도 다 알고 있지만 사회적인 질타가 두려워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금기사항이며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능, 꾸준함, 집중력 등도 공부 유전자의 일부분이다.

자식은 부모의 외모도 대부분 물려받는데, 두뇌만 유전이 되지 않고 공부는 노력이 좌우한다고 주장하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공부 유전자를 가진 학생은 두뇌가 뛰어나니 공부가 잘되고, 공부가 잘되니 흥미를 더 느끼고, 그만큼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도 늘어나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공부도 유전자가 없이는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자녀의 중학생 때 성적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공부만이 아닌 남들보다 월등한 분야를 찾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노후에 가난한 이유로 사교육비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사교육을 줄여야 부모도 가난하지 않고 자식도 행복하다. 공부 유전자가 없는데 공부에만 매달리면 한계를 절감하고 좌절한다. 자식이 공부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서 학원으로 몰아넣는 걸 멈춰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 중 공부하러 학원에 오는 학생은 10% 정도에 불과해 90%는 사교육비를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인생은 모두가 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이 의사, 판사, 검사가 될 수도 없다. 세상은 성적순으로 행복하게 살지 않는다. 자기 소질을 빨리 알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 행복한 인생이다. 성공확률로 따지면 공부가 그래도 가장 확률이 높다.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로 성공한 선수는 손흥민, 이강인, 조규성 등 손에 꼽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은 1년에 4천명 가까이 된다.

에디슨이 말한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사람들이 오해한다. 이 말은 99% 노력하는 자가 1% 천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천재성을 타고나도 노력해야 자기 자리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를 노력하는 둔재가 이길 가능성은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축구에 매달린다고 메시나 손흥민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축구에 천재성을 가졌고, 더 노력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무엇이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된다. 공부가 아니어도 자기 일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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