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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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어느덧 끝나간다. 호랑이 기운과 함께 시작한 2022년 임인년은 코로나19 유행 3년차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 회복에 속도가 붙고 있다. 코로나로 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올 한해 문화예술계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영화관을 찾고, 콘서트장에서는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는 코로나의 장벽을 넘어서며 전 세계에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수지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는 낭보를 전했다. K팝은 물론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장르에서 한류의 위상을 입증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 시대로 전환하면서 인기 K팝 그룹들의 월드투어도 본격화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 방탄소년단도 개별 활동을 병행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드라마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인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게 하고 세상 속에서 서로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인식도 심어줬다. 동시 방송된 넷플릭스에서도 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 팬들의 사랑도 받았다.

올 한해 영상 부문에서 가장 이슈를 가져온 작품은 에미 시상식을 휩쓴 ‘오징어 게임’이다. 주로 미국에서 방송된 TV드라마 위주로 수상작들이 결정됐지만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규정’을 허물고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였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도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올해 최고 영화 중 한 편으로 선정되고 글로벌 팬들에게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묘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전반부는 마치 과거 히치콕 영화와 같다. 망원경, 유리 등 도구를 통해 돌고 도는 구도로 현기증을 자아낸다. 박 감독의 영화 속에는 항상 등장하는 인물 관계에 대한 집착이 구현된다. 헤어질 결심은 남녀의 멜로드라마이지만,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기를 시도하고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형사 해준의 갈등, 아름다운 여성의 치명적 매력도 그려냈다.

올 한해에는 연예인들의 이슈들도 많았다. 특히 가족사로 괴로워했던 박수홍은 친형 부부를 상대로 8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후 조사과정에서 부부가 박수홍씨 개인 통장에서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손해배상 요구액을 116억원으로 늘렸다. 영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배우 김새론과 곽도원의 음주운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촉망받던 영화계 샛별 김새론은 음주운전 사고로 현재 배우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SBS TV 월화극 ‘트롤리’에서 하차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은 편집을 결정했다. 연기파 배우 곽도원은 제주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신호를 기다리던 중 차량 안에서 잠들었으며, 경찰은 시민 신고로 출동해 적발했다. 이번 음주사건으로 곽도원도 한동안 스크린에서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올 한해 문화 콘텐츠와 스포츠가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나 정치, 경제 분야에서는 슬픔과 분노, 어려움이 공존했다.

아울러 슬프게도 예측이 안 됐던 참혹한 대형 참사로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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