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본부 27일째 단식농성
원청 책임에 손배 막는 법
“국제노동기구·대법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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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단식농성 27일째인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6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윤석열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있게 다수 야당으로서 잘 돌파해 노동자들의 염원을 노조법에 담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의 단식농성 27일째인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남재영 공동대표가 민주당에 이같이 강력히 촉구했다.

남 대표는 “국민의힘은 노조법 2조 개정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노조법 3조가 여야의 타협으로 만들어지기에는 어려운 현실 아니냐”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반드시 통과시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조법 2조는 ‘근로자’나 ‘사용자’의 정의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나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노조법 3조 역시 국가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신청의 남용을 가능하게 해 노동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본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하청 사장이 아닌 원청에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한 법이며, 노동자에게 파업 손실 등으로 부과되는 손해배상을 막고자 노동계에서 촉구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법안심사소위와 환노위 심의·통과를 앞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노조법 2조는 그대로 둔 채 3조만 개정하자’는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2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3조 개정만 이뤄진다면, 간접·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이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란 지적이다.

운동본부는 “처음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생각조차 없는 국민의힘은 그렇다 치자”며 “그런데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은 도대체 왜 망설이고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미 국제노동기구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대법원·중앙노동위원회에도 다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전날에 보도된 직장갑질119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3.8%가 사용자와 노동자 범위를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하냐”고 꼬집었다.

조영선 민변 회장 겸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할 이유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53년에 노동조합법이 만들어졌을 때와 70년이 지난 현재의 노동자·사용자성은 다르다는 얘기다. 직접적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했던 노동자·사용자성에서, 현재는 플랫폼·특수고용·간접고용 등 비정규직의 수많은 노동자의 다양한 형태가 생겨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법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의 정치적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서 그 세력들이 타협해서 만들어낸 산물이며, 사회를 반영해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70년이 다 된 이 헐거워진 노조법 2조·3조를 반드시 개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겸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2·3조가 개정됐다면 총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금속노조와의 교섭과 관련해 “8700억인지 엄청난 피해가 났다는데, 만일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결정권을 가진 대우조선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직접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또 (피해액에) 0.1% 정도만 투자해도 저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진짜 사장 교섭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행법에서 노동조건의 결정권을 가진 원청들은 뒤로 빠져 있고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하청 사장들이 교섭에 나서고 있다”며 “교섭을 해도,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결정권이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결정권이 없는 사장들하고 교섭하는 것은 허공에 대고 발길질하는 그런 꼴밖에 안 되지 않냐”고 원청과의 교섭권을 요구하는 노조법 2조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단식농성자들은 이날 민주당 중앙 당사에 진입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투쟁에 돌입했으나, 당사를 들어가려는 조합원과 이를 막는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가기도 했다. 이들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법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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