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가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6%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내 기관보다 낮게 잡은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국내외 기관보다 경제 전망치를 약간 높게 잡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현 수준에서 ‘있는 그대로’ 가장 객관적인 수치를 담았다”고 밝혔다. 통화 긴축에 따른 실물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출·내수·고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중국의 심각한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정책효과를 제대로 따지기도 힘들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대 성장은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9년,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등 극심한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것이다. 정부는 수출도 올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가 큰 폭의 수출 감소를 예상한 것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위축 등 수출을 줄일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실수요자 중심으로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등 총력전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때 치솟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며 전방위로 강화한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도 대거 풀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는 역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 세제 변경은 올바른 방향이다.

다양한 정책 처방도 마련됐다. 자율주행, 국가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 미래 성장산업 15대 분야를 키워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산업 중심의 ‘신성장 4.0’ 전략을 새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에서 첨단 분야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출산·고령화와 성장 동력 약화라는 한국 경제의 난치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할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은 중요하다. 3대 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들어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3대 개혁에 대한 정부안이 너무 늦지 않게 나와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내년 정기국회 전에 정부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초유의 글로벌 복합위기를 잘 넘어가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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