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image

10.29 이태원 참사 2차 가해가 끝도 한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상으로나 댓글로 가해하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 이 참담한 현상은 세월호 참사 때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도 반복됐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참사로, 산재로 고통받는 가족들과 생존자의 아픔, 슬픔, 고통은 개의치 않고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배설해대는 풍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정도가 너무 심해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과연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고 묻게 된다. 

정치권은 반인륜적 흐름에 편승하는 걸 넘어 선도하고 있다. 이래서 정치가 싫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는 거다. 국민의 세금으로, 나라의 녹봉으로 먹고사는 자들이 앞장서서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가족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권부의 실세 중의 실세인 권성동 의원이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포문을 열자마자 창원시의원 김미나씨가 곧바로 이어받았다. 권성동씨는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출범을 두고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이태원 참사 연대체는 횡령 수단으로 될 것 같으니 멀리하라’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시민단체들을 만나지 말라’는 겁박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가 정쟁화됐다는 걸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권씨는 “민변의 이태원 참사 TF 소속 모 변호사는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일원으로, 10여년 넘게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앞장서는 등 극단적 정치 성향을 보여주고 있어 바로 이런 분 때문에 ‘재난의 정쟁화’라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고자 하는 시민사회 연대체와 국가보안법을 엮어 색깔 공세를 하고 있다.

하나 묻자. 시민 연대체의 구성원 한 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을 했으면 180여 단체가 참여한 연대모임이 정쟁화하는 것이고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을 하면 극단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인가? 

공민권을 가진 법조인이 세계적인 악법 폐지 운동에 참여했으면 상을 줄 일일지언정 색깔 공세의 대상으로 삼을 일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핵심 중의 핵심이 수구 냉전적이고 반인권적인 인식에 갇혀 있다. 현 정권의 불행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불행이다.

권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수많은 추모사업과 추모공간이 생겼다. 이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나?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해난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빛’의 운영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시위가 줄을 잇고 있음에도 권씨는 수많은 추모 공간이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권성동씨가 속한 정당과 정부에서 세월호 추모사업을 방해한 게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나? 

추모사업과 추모공간은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해난사고는 선박의 안전, 선원들에 대한 교육, 배 운항에 있어 안전 규정 강화 및 안전 훈련, 구조인력 대폭 충원 및 전문화 등의 안전 대책과 관련이 있다.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게 한 게 누구인가? 바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이다. 국민의힘이 법과 제도 정비, 안전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음으로써 해난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걸 추모공간, 추모사업과 연결하는 초현실적 인식에 할 말을 잃는다. 이런 때 쓰는 말이 후안무치다. 

권씨는 “추모를 넘어 예방으로, 정쟁을 넘어 시스템 개선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말은 옳지만 예방책도 시스템 개선책도 세우지 못하게 방해하고 참사를 정쟁으로 끌고 간 게 누구인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권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