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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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로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손흥민 선수를 지목했다. 마침 한 TV 프로그램에 손흥민 선수의 부친인 손웅정 감독이 출연해 손흥민 선수에 얽힌 비화를 털어놨다. 부성애가 물씬 느껴지는 특이한 그의 매력에 취해 두 번이나 시청했다.

손 감독은 한사코 “흥민이는 월드클래스가 아닙니다”라며 아들 손흥민을 디스했다. 그 이유로 “제 자식이라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겠지만, 흥민이의 축구가 늘 10%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전성기’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전성기’는 내려가라는 신호다. 내려갈 때 아름답게 내려가야 한다”며 겸손함을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년배의 아버지로서 방송을 시청하는 내내 부끄러울 정도로, 그의 삶은 현재의 손흥민을 만드는 데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나가던 축구 선수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0대에 은퇴 후 험난한 인생을 살면서도, 자식을 위해 헌신한 인생 스토리는 많은 아버지가 본받기 충분하다.

손흥민 선수가 18세의 어린 나이에 독일 프로축구팀에 진출하자 손 감독은 생업을 포기하고 독일로 같이 갔다. 수년간 난방도 잘되지 않는 저렴한 호텔에 거주하며, 야외에서 비와 눈을 맞으며 아들의 훈련과정을 6시간이나 지켜봤다. 숙소로 돌아와 훈련을 피드백하며 아들의 훈련 파트너와 트레이너를 자처했던 생활은 감동 실화였다.

자식이 공부 잘하길 바라는 보통의 부모는 “공부해”라고 재촉하는 게 전부다. 보통을 뛰어넘는 부모는 “공부해”라는 잔소리 대신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따라 하게 한다. 손 감독은 늘 손흥민보다 더 많은 분량의 운동을 하며 솔선수범해 아들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자신도 축구 선수였기에 자신이 배운 방식대로 가르치면 손흥민도 3류 축구 선수가 될 걸 우려했다. 자신이 축구를 배웠던 방식이 아닌 철저히 기본부터 충실하도록 가르치는 방식을 선택한 게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손흥민 선수를 있게 한 비결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는 말처럼 손흥민을 보면 아버지를 알 수 있지만 이렇게 강단 있고 훌륭한 분인 줄 처음 알았다. 축구 종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월드클래스’ 자리에 오른 선수로 키웠지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를 먼저 가르치는 손 감독의 가르침은 자식을 기르는 모든 부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버지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 노력, 헌신이 현재의 손흥민을 만들었다는 걸 느낀다.

‘자유라는 열정을 태우도록 해주면 창의력이 나온다’는 말은 특히 공감이 간다.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놀게 하고 축구를 즐기도록 하면 창의성 있는 선수로 길러진다는 의미다. 손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들에게도 ‘기본’부터 가르칠 걸 당부하며, 축구계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기본기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아이들을 감독과 코치의 성적 욕심 때문에 경기에 내모는 건 잘못이라고 한다. 감독이나 코치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에 혹사당하는 운동부 부모와 학생을 많이 봐서 잘 알고 공감이 간다.

손 감독은 대단한 아버지이자 축구 코치지만 그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따라준 손흥민 선수도 ‘월클’ 선수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 혹독한 가르침을 견뎌내며 훈련을 묵묵히 따르고 앞날을 준비해온 손흥민 선수는 위대하다. 손 감독은 늘 책을 읽고 손흥민 선수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글귀는 밑줄을 그어 일러줬다니 손흥민 선수가 인성까지 갖춘 선수가 된 비결이다.

훌륭하게 아들을 키워놓고도 얼굴을 단 한 번도 노출하지 않는 손흥민 선수의 어머니는 더 위대하다. 손 감독은 축구 외 여담으로 “흥민이 형이 결혼한 집에 절대로 가지 않는다. 둘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사는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 말에서 깊은 깨달음을 자식을 둔 부모로서 느낀다. 여러모로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훌륭한 부성애를 가진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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