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TV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국내 TV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자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중계 총책임자인 스포츠 국장을 전격적으로 인사조치해 충격을 줬다.

이번 월드컵 방송 3사의 중계 결과는 MBC, SBS, KBS 순으로 성적이 나왔다.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 중계에서 시청률 결과가 명암을 갈랐던 것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MBC는 4번의 한국 경기 중계에서 모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첫 경기인 한국-우루과이전에서 MBC는 시청률 18.2%로 SBS 15.8%, KBS 7.7%를 제쳤다. 두 번째 경기인 28일 한국-가나전은 20.0%로 SBS 12.8%, KBS 6.3%로 격차를 더 벌렸다. 세 번째 경기인 이달 3일 한국-포르투갈전에서는 16.9%로 역시 SBS 11.2%, KBS 4.4%를 앞섰다. 16강전인 6일 한국-브라질전에서도 시청률 10.7%를 기록해 SBS 5.8%, KBS 2.7%를 앞질렀다.

KBS는 4경기 모두 최하위를 기록한 데 대한 책임으로 18일 방송 중계 최고 운영자인 김기현 스포츠 국장을 인사조치하고 김봉진 스포츠 부장급 기자를 신임 스포츠 국장으로 발령했다. 지난해 정재용 스포츠 국장에 이어 취임한 김기현 스포츠 국장은 PD 출신으로 월드컵 중계에서 시청률 확보를 위해 안간 힘을 썼으나 1년여도 안 돼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 스포츠 국장을 교체한 것은 KBS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KBS는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때는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대회가 끝난 뒤 당시 정철의 스포츠 국장을 경질했다.

이번 월드컵 중계를 위한 지상파 3사는 각 400억원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나눠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별로 스타 출신 해설위원을 내세워 시청률 경쟁에 나섰다. KBS는 현역 K리그 선수인 구자철 해설위원을 내세웠다. 최근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조원희도 합류했다. 달변으로 유명한 구자철이 KBS의 내부 테스트 방송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지만 MBC와 SBS를 넘기에는 무리였다. 또 이광용, 남현종 등 KBS 캐스터들도 이름값 등에서 경쟁사 방송사보다 뒤졌다.

특히 KBS는 1TV 대신 2TV에서 월드컵 중계를 편성해 비교우위를 스스로 낮췄다는 평가였다. KBS가 2TV에서 중계를 한 것은 광고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인 KBS가 월드컵 중계전쟁에서 좀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뉴스, 시사를 주로 내보내며 상징적인 이미지를 갖는 1TV 대신 2TV에서 월드컵을 중계했다는 것 자체가 꼼수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방송 3사는 수익면에서는 모두 상당한 금액의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한국팀이 조별 예선리그에서 탈락하면 적자, 16강 이상 성적을 내면 흑자를 내는 구조가 이번에도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KBS는 수익을 냈으면서도 시청률에서 참담한 패배를 맛봐 방송 최고 책임자를 경질하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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