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브리핑을 열고 현 3.75~4.00%인 연방기준금리를 4.25~4.50%로 올린다고 밝혔다. 앞서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 인상 속도를 다소 늦춘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뒤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려 왔다. 특히 지난 6월, 7월, 9월, 11월 4차례에 걸쳐 사상 유례없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씩 올렸다. 이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7.1%로, 10월의 상승률(7.7%)은 물론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하회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연준의 ‘빅스텝’ 전환은 예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진짜 뉴스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내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5.10%로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최대치를 찍던 지난 9월 연준이 2023년 최종금리를 4.60%로 제시한 것보다도 0.5%나 더 올린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을 할 때마다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내년 1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연준의 이번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더 벌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 적신호를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차가 최대 1.25%포인트로 커지는 ‘강달러’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1.25%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금리차가 벌어지면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출되며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인해 수출부진, 기업부실 등으로 복합 경제위기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준 금리 인상으로 한국에서도 금리가 인상되면 1900조원 빚을 안고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이자 부담 폭증으로 큰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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