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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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2022 카타르월드컵 한국과 브라질의 16강전을 경기 다음날인 지난 7일 무편집으로 녹화 중계하는 것을 보면서 남북한의 축구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잦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 속으로 몰아가고 있으면서도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한국팀 경기를 이례적으로 녹화 중계로 방송했던 것이다. 

중앙TV는 지상파 3사(KBS·MBC·SBS)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양도한 한반도 중계권을 지원받아 2022 카타르월드컵을 녹화 중계했다. 그동안 한국팀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앞서서 한국을 ‘한개팀’이라고 지칭하고 다른 나라 경기 관중석의 태극기나 현대자동차 광고까지 가릴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중앙TV는 한국과 브라질전을 거의 무편집으로 내보내고 월드컵 스폰서인 현대차 광고를 가리지도 않았다. 또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경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손흥민을 독일 프로축구 함부르크 소속이던 2012년 9월 도르트문트를 상대할 때 경기를 방영하며 ‘손’이라고 부른 게 전부였다. 중앙TV 아나운서는 중계에 앞서 “남조선팀을 보면 문지기 1번 김승규, 방어선 3번 김진수 19번 김영권 4번 김민재 15번 김문환, 중간지대 11번 황희찬 6번 황인범 5번 정우영 10번 리재성, 공격선 7번 손흥민 주장 선수 9번 조규성 선수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는 손흥민에 대해선 “팀의 주장인데 나이는 30살이고 키는 183㎝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107차례 국제 경기에 참여한 전적을 가지고 있는데 2010년 국제경기에 처음으로 진출했고, 월드컵 경기대회 경기들에는 9차례 참가했다. 그 경기들에서 3개의 득점을 했다”고 했다.

황희찬에 대해서는 “남조선팀에서 불의적인 차넣기를 시도해보았지만, 문지기가 잘 막아냈다. 남조선팀의 중간방어수 11번 황희찬 선수의 차기였다”면서 “황희찬 선수는 나이가 26살이고 키는 177㎝다. 국제경기에 50차례 참가한 전적이 있는데 2016년에 국제경기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월드컵경기대회 경기들에는 4차례 참가했다. 그중 1개 득점을 한 선수”라고 전했다.

이어 “4건이나 실점 당한 남조선팀이 연속 공격을 들이대고 있지만, 브라질팀 방어에 부딪혀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중계하면서 한국 대표팀 백승호의 골 장면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다시 보여주기도 했다.

북한이 한국의 카타르월드컵 경기를 녹화 중계한 것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한 북한의 성적을 북한 사람들에게 다시 인식시켜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16개국이 본선에 오른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북한은 예선 조별경기에서 ‘동양의 진주’로 불린 박두익의 맹활약으로 강호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올라 ‘검은 표범’ 에우제비우가 혼자 4골을 터뜨린 포르투갈에 5-3으로 역전패,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북한의 8강 진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한 정부에 열패감과 충격을 던져줬다. 북한은 한국대표팀이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예선에서 극적으로 2-1로 누르고 우루과이를 다득점에서 제치고 16강에 오른 것을 잉글랜드월드컵과 비교하고 싶었던 듯하다. 

북한 중앙TV가 한국팀 경기를 중계했다는 사실은 남북한이 이념과 체제 대결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지만 축구를 통해서는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한민족의 축구사랑은 전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뜨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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