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72 후속 사업자 선정
文정부 인사 대거 연루 의혹
입찰 과정·방식 불공정 지적
KX그룹 “입찰 비리,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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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021년 4월 1일 스카이72 골프장 앞에서 무단 점유 규탄 및 불법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 사장 뒤로 ‘영업 강제 종료 중단 요구’ 집회를 연 스카이72 골프장 종사자들이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인천지검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골프장 스카이72’의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의 고삐를 쥐고 있다. 인천지검은 공공·대기업의 반부패를 전담하는 형사6부에 이 사건을 배당하고 감사원 관계자에게 최근 소환을 통보했다.

16일 천지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공익삼사 청구를 받은 감사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스카이72 재임대 계약과 관련해 감사를 1년간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송·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만 감사원 내외부에서는 직권남용에 의한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공익감사가 청구됐을 당시 수사 중인 사건이라면 감사 청구를 기각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간의 감사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KMH신라레저 컨소시엄(KX그룹)과 임대 계약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50억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했는데 경영진의 독단으로 임대 계약이 결정됐다. 계약 방식도 문제였다. 최고가 입찰제로 결정해야 하는 국가 계약 법을 위반하고 요율제로 택한 부분이다. 이 두 가지 법 위반 사항과 관련된 중간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윗선에 의해서 감사가 중단돼 왔다. 이와 관련해서 당시 감사 주무관이었던 A씨는 인천지검으로부터 소환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입찰 비리 의혹의 핵심은 인천국제공항을 낀 국내 최대 규모 골프장 스카이72’의 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의혹을 말한다.

스카이72’ 골프장의 운영사는 스카이72이고 골프장 땅은 공항공사가 소유하고 있다운영사인 스카이72는 지난 2005년 인천공항 5활주로 건설 예정지인 인천 중구 운북동 소재 땅을 공사 측으로부터 임대해 스카이72’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해 운영해왔다.

임대할 당시 계약 종료 시점은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1231로 정했다. 스카이72는 계약 종료 시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공항공사에 무상으로 양도하기로 했다2020년 공항공사 측은 스카이72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며 골프장 후속 사업자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해 9KMH신라레저 컨소시엄을 후속 사업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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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인천=손지하 기자]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13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스카이72 골프장을 강탈한 이상직 등 문재인 정부의 하수인들을 즉각 처단하고 KMH가 받은 특혜를 즉각 철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날 집최 측 추산에 따르면 1500~2000명이 모였다. ⓒ천지일보 2022.12.13

기획 입찰문건 유포권력형 비리 의혹

의혹이 제기된 건 한 문건이 나오면서다. 후속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인천공항 스카이72 골프장 기획입찰이라는 문건이 유포됐다. 해당 문건의 핵심은 KMH신라레저를 스카이72’ 골프장 후속 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KMH신라레저 측은 문건과 관련해 유포한 사람을 찾아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KMH신라레저 측은 스카이72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사실로 기업 신뢰도가 추락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항공사의 입찰은 정부 조달청 입찰과 같은 전자입찰로 진행돼 참가자들이 얼마를 제시했는지 알 수 없고 모두 암호화돼 있어 애초부터 비리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또한 이 문건은 스카이72 골프장 입찰을 권력형 비리라는 허위사실을 만들어 입찰을 무효화시켜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 만든 것 같다의심 가는 곳이 있지만 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해당 의혹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부산 기장군)은 골프장 후속 사업자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정 의원은 임남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에게 공사(公社)가 선정한 KMH에는 양재원씨가 계열사 사장이라고 운을 떼며 구체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그는 양씨는 1996~1999년까지 이종찬 대선기획단장, 이강래 간사와 함께 일을 했고 이후 이강래 정무수석 보좌관을 지냈다“KMH그룹 회장인 최상주씨는 이종찬 국정원장 보좌관이었고 KMH의 계열사 사장인 이강봉씨는 이강래씨의 친동생이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왕수석 문재인 민정수석과 어깨를 같이했던 왕특보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이 KMH 계열사 사외이사고 양재원씨는 이상직씨, 구본환씨와 모두 전주고 동문이라며 양재원씨는 이상직씨와는 함께 전주 완산구 갑·을에서 국회의원 선거 출마 예상자로 자주 거론됐다고 밝혔다또한 손명수 차관은 전북 익산국토관리청장을 했고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앞에 언급한 사람들을 다 알고 있다고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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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인천시당·인천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입찰 방식도 비상식적정부 실세가 관여

의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공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스카이72 입찰 비리 의혹을 정조준했다.

그는 공항공사 측에 골프장 후속 사업자를 공모하는 입찰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최고낙찰가제인 이른바 비교징수가 아닌 복잡한 요율제를 택한 의도를 따져 물었다이는 요율제 공모 때문에 낙찰자인 KMH신라레저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도 낙찰에서 떨어졌다며 일부 업체가 반발하면서 민사소송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지적이다.

서 의원은 “100억원을 벌면 공사에 116억원을 임대료로 낸다는 것은 자선봉사단체 말고는 없는 거 같은데 코미디 아니냐며 요율제 공모라는 비상식적인 입찰 배경에 문재인 정부 실세로 꼽히던 이상직 전 의원이 있다고 실명을 공개했다.

또한 이상직 전 의원이 스카이72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가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내용의 제3자 간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는 이상직 전 의원이 무리하게 일을 벌이면 나중에 검찰 수사 등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당시 정해진 법률과 규정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다며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수사와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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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인천=손지하 기자] 13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 ‘인천시는 성인채널 업자에게 1조 골프장 넘길 거냐?’ ‘인국공, 스카이72 입찰 사기 검찰의 기소가 다가왔다’ 등 스카이72 입찰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2.12.13

정권 바뀌고 재수사 착수새 국면

앞서 대검찰청은 올해 9월 스카이72 후속 운영사 선정(입찰) 과정에 공항공사 경영진의 배임 의혹이 있다는 고발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명령(재기수사)을 인천지방검찰청에 내렸다.

스카이72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찰이 혐의 없음결론을 내렸지만 최근 대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입찰과정 전반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감사원도 전 정부에서는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최근에는 감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내부 감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도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최대 대중제 골프장 스카이72’ 입찰 비리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편 5활주로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공항공사와 스카이72 양측은 계약 종료 시점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공사는 스카이72가 골프장 운영 계약이 2020년을 끝으로 종료된 후에도 골프장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며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이72는 계약만료 기간은 5활주로 착공 시점인데 착공하지 않았으므로 계약기간이 남아있다고 했다. 이에 공사에 골프장 토지이용 계약갱신권, 유익비 상환청구권, 지상물 매수청구권 등의 민법상 권리를 주장하며 맞섰다.

분쟁이 길어지자 공사는 지난해 1월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고 그해 4월 골프장의 전기와 수도를 끊기도 했다. 이로 인해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 3명이 업무방해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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