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현수막과 주택가 민폐 시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저주까지 퍼붓는 각종 시위와 혐오 현수막을 엄격히 제재한 첫 판결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가 현대건설과 서울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제기한 ‘시위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국토교통부 책임자도 아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지난달 12일부터 벌여온 시위와 현수막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다.

법원은 “사생활의 자유·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시위뿐 아니라 정 회장 자택 반경 250m 이내, 은마아파트 등에서의 그런 표현물 부착·게시도 금지하며 “표현·집회의 자유가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저주성 시위와 혐오 현수막이 본격적으로 이슈화한 건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도를 넘는 욕설 집회와 혐오 현수막이 난립하면서다.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호감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을 향한 도를 넘는 욕설과 저주가 담긴 시위와 현수막은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시킨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이후로 주택가 민폐 시위, 혐오 현수막 설치를 법적으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불법 현수막이 걸리면 과태료를 엄격하게 매기거나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 등을 강력히 적용해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사실상 시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공권력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공권력이 불법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면 불법을 독려하는 꼴이 되는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법과 원칙’이다. 법치는 법을 기준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의 안정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시위와 혐오 현수막에 대해 엄격히 금지한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판결이 이런 행위가 공동체의 안정과 평온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하는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이번 재판을 기점으로 정부는 차별, 혐오를 조장하는 각종 시위와 현수막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 절차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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