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image

우리 속담에 “꿈도 야무지다”는 말이 있지만 이건 너무한 꿈 같다. 일장춘몽이라고 해야 적당한 표현이 될 것 같다. 북한이 올해를 노동당 역량 강화에서 ‘획기적 변화’를 만들어낸 해로 평가하며 앞으로 8000년을 더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해 세상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김정은 등장 초기 노동당 집권을 700~7000년으로 언급하다가 집권 10년 차인 올해 8000년을 거론하고 나온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1면 기사에서 “2022년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더욱 힘 있게 다그쳐 나가는 데서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운 해”라고 자평했다.

이어 “총비서(김정은) 동지께서 새 시대 당 건설 방향을 천명하신 것은 전당 강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감으로써 당의 근 80년 집권사를 800년, 8000년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진로를 명시한 것”이라며 “역사적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마침 최근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ICBM 발사장 행사에 두 번씩이나 등장하며 4대 세습을 암시한 직후여서 더욱 주목을 끄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김정은 등장 초기 노동당 7000년 집권을 거론하다가 8000년을 강조한 것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을 공식화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화성 17형 ICBM을 발사하고, 김정은의 딸을 공개하며 핵·미사일로 김씨 왕조의 미래가 담보될 것임을 시사했다”며 “내년 김정은 생일인 1월 8일을 공식화하고, 4대 세습에 이어 영구 세습을 이어 갈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김정은 정권에게 정중하게 힌트하고 싶다. 제발 일장춘몽의 꿈을 버리라고, 장기집권은 21세기 민주주의 최대의 약점이다. 장기집권을 넘어 세습정치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적어도 장기집권은 국민의 동의와 국력의 신장과 직결되는 문제 아닌가. 지금 한국의 국력을 김정은 총비서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지난해 한국의 국방비가 500억 달러로 집계돼 전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국방비로만 8000억 달러를 써 국방비 최대 지출국을 기록했다. 한국의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발간·배포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국기연은 지난 2011년부터 12년째 우리나라 방산수출 전략 수립과 신규시장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매년 발간해 오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세계 방산시장 연감은 미주, 유럽 등 세계 5개 권역 30개 국가들의 국방예산, 방위산업 동향, 시장분석, 주요 획득사업과 군별 주요 무기체계 운용현황 등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국방비로 502억 달러를 써 전 세계 국방비 지출 규모 10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국방비보다 4.7% 증가한 규모로, 한국의 국방비 지출 세계점유율은 2.4%를 기록했다. 미국 국무장관 올브라이트는 지난 2000년 10월 방북 당시 김정일과 주고받은 대화를 기록했다.

올브라이트가 경제 개방 의사를 묻자 김정일은 “중국식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며 “왕권이 강력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경제도 발전시킨 태국 모델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의 관심을 끈 게 태국의 경제인지 강력한 왕권인지 궁금하다고 썼다. 당연히 국민의 동의에 우호적인 태국의 왕권정치일 것이다. 북한은 공화국을 표방하지만 세습 왕조 국가다. 김정일은 그래도 삼촌 김영주와 왕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김정은은 김정일 와병 탓에 왕세자로 급조됐다.

동서고금 모든 왕조의 최대 관심사는 왕실의 영속이다. 가장 오래된 왕조는 일본 왕실이다. 기원전 711년 태어난 진무(神武)로부터 126대 현 나루히토 일왕까지 이어진다는 게 일본 주장이다. ‘만세일계(萬世一系)’라 한다. 2700년에 가깝다. 하지만 실권이 없는 일본 왕실은 김씨 왕조의 모델이 아닐 것이다. 북한은 올해 핵무력을 법제화하면서 최소한 100년 집권의 꿈은 가질 수 있을지언정 그 이상은 개꿈이 될 것이다. 국력이 고갈되고 백성이 굶주리는 나라가 한 세기를 넘긴 사례는 인류사에 없다. 노동당은 뭘 좀 알고 주절거리기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