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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 초정행궁 홍보전시관에서는 세종대왕 초정행궁 행차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상을 방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08

[지역명소] 청주 초정행궁

 

교육·체험·전시콘텐츠 다양

측우기 등 무료 체험키트

일제시대 초정수 약탈 당해 

훈민정음 조명, 인기 포토존

미디어아트로 수놓은 밤하늘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에는 세종대왕이 도성 밖에서 머물며 눈병 안질을 치료한 초정행궁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초수(​椒水)는 고을 동쪽 39리에 있는데 그 맛이 호초 같으면서도 차고, 그 물에 목욕하면 병이 낫는다. 세종과 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행차한 일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초정행궁은 1444년 1월 건립됐으나 1448년 화재로 인해 불에 타 사라졌다. 청주시는 지난 2017년 초정행궁 재현공사를 진행해 2020년 6월 개장했다.

겨울비가 내린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초정행궁 앞에서 만난 김종순 해설사는 “예전에는 주로 문 앞에서 고즈넉한 행궁의 모습을 봤다면 이제는 행궁 내부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콘텐츠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며 “행궁이란 왕이 본궁을 떠나 도성 밖에서 머무는 임시 별궁을 말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초정행궁은 1444년 봄과 가을, 세종대왕이 121일 동안 머물며 초정약수로 안질을 치료하고 한글 반포 작업을 마무리했던 곳”이라며 “이런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청주시가 청원구 초정리 일원에 초정행궁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본 초정행궁은 기존과 달리 건물 속까지 ‘꽉 들어찬 모습’이었다. 시는 지난 10월 침전, 편전, 집현전, 초정약수 체험관, 다목적관 등 건물 6동에 8억 4600만원을 들여 과학 관련 교육·전시 콘텐츠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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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 초정행궁 집현전 내부의 모습. 훈민정음을 활용한 조명기구와 거울로 예술적인 느낌의 실내 포토존이다. ⓒ천지일보 2022.12.08

◆‘애민정신’ 녹아 든 조명아트

세종대왕의 세 번째 초정행궁 행차는 기록에 없다. 초정행궁 전시실에서 김 해설사는 “세종대왕이 두 번째 초정행궁 행차 4년 뒤 한 백성이 행궁에 방화했었다”며 “왕이 없는 빈궁을 관리해야 하니 먹고 살기 힘든 백성이 불을 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방화를 저지른 백성은 감옥에 가뒀으나 세종대왕께서 농사철에는 풀어주라고 했다”며 “세종대왕은 ‘왕이 행궁에 거하면 주변 백성이 고생한다, 오래 살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하늘의 명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이유로 다시 오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집현전 내부에는 훈민정음을 주제로 한 조명아트와 영상 관람공간이 마련됐다.

김 해설사는 “한글을 창제하신 것도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을 위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곳은 훈민정음을 조명아트 해 놓은 집현전”이라고 말했다. 또 “훈민정음을 활용한 조명기구가 거울과 함께 예술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어 시민들에게 포토존으로 인기 만점”이라고 소개했다. 조명아트 옆 영상 관람실에서는 ‘세종대왕과 한글’을 주제로 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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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조선시대 과학 발명품을 체험 키트를 통해 만들고 있다. (제공: 초정행궁 체험관) ⓒ천지일보 2022.12.08

세종대왕의 아들들이 머물렀던 왕자방은 어린이 관람객의 체험공간으로 조선시대 과학기구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관 직원은 “한글 놀이판이 있어 한글 자음, 모음을 활용한 놀이를 할 수 있고 놀이판 주변으로 경치가 좋아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올라왔다가 체험을 신청하기도 한다”며 “단체인 경우는 사전에 예약해야 하며 체험은 무료”라고 안내했다. 이어 “특히 타지에서 오는 관람객은 체험키트가 무료라서 놀란다”며 “체험한 관람객들은 실속있고 알차다고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단체가 아닌 일반 관람객도 체험관에서 바로 신청해 조선시대 발명품인 측우기, 해시계 등 다양한 체험키트를 체험할 수 있다. 

◆천문과학 디지털 실감형 콘텐츠 

편전에는 조선시대 천문과학 분야를 주제로 한 디지털 실감형 콘텐츠가 진행 중이다.

홀로그램 천문과학기기는 LED 라이트가 장착돼 날개 형식의 팬이 회전하며 입체적인 영상을 구현해 선보인다. 3D 모델링 천문과학 기기는 이용삼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의 자문을 통해 간의, 혼천의, 천평일구 등 천문과학기기 8종의 과학적 동작원리 및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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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김종순 문화해설사가 지난 3일 망원경 형태의 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동양 별자리 VR 체험을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08

또 동양 별자리 VR 체험과 동서양의 별자리 비교 영상을 상영하고 있어 언제든 상시 관람할 수 있다. 

침전은 조선 천문기기, 개기일식, 별자리 등 조선시대 밤하늘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로 내부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김 해설사는 “그동안은 문 앞에서 건물만 보고 갔었는데 이제 내부 디지털 전시로 색다른 관람을 할 수 있다”고 짚어줬다. 

◆초정지역 과거·현재 ‘한눈에’

초정역사기록관에는 초정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김 해설사는 “성산문의 조부 성달생은 69세 고령으로 세종대왕을 모시고 초정행궁에 왔다가 갑자기 사망해 세종대왕이 성달생 장례를 치를 때 입에 쌀을 넣어줬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정지역도 일제 침략의 아픈 역사는 비껴가지 못했다. 김 해설사는 “1907년 7월, 일본의 한 사업가가 초정약수 일원을 매수해 1919년 8월 초정약수 원탕 옆에 ‘중원탄산공장’을 지었다”며 “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를 활용해 탄산수와 사이다를 만들어 천황에게 보냈고 일본군 부대에도 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후 초정약수는 1922년 7월 일본 평화기념 도쿄박람회에 출품돼 동상을 받기도 했고, 1923년에는 일본 후생성에서 약수의 우수성을 인증했다. 김 해설사는 “일본은 초정약수를 전략적으로 약탈하기 위해 초정리 일대의 탄산수에 관한 전수조사까지 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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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 초정행궁 역사기록관 내부 모습. 초정행궁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사진과 설명을 통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2.12.08

선조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초정약수 주변은 늘 권세 있는 관리들 차지였나 보다. 김 해설사는 “하루는 초정약수 주변에 관리들이 자리를 안 터주자 천도교 지도자이자 3.1만세 운동 민족대표 손병희가 ‘비록 가시나무라 이를 지라도 피는 꽃은 아름답고 더러운 못에 핀 연꽃이라도 향기는 더욱 좋아라. 예나 지금이나 양반과 상놈이 무엇이 다를까? 이곳 초정에 마음 씻으니 사람은 모두 다 평등이어라’는 말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족욕체험과 수라간 궁중음식 체험은 아쉽게도 동절기에는 체험할 수 없다. 김 해설사는 “족욕체험에 대해 온천과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다”며 “초정약수는 온천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의 빛나는 업적과 기술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한 초정행궁에서 조선시대 과학기술 향연을 체험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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