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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시민들은 새벽까지 시위를 진행했다. 중국민들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도 전 세계 적인 노마스크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다. 관중들이 노마스크로 응원하는 모습이 TV로 중계됐고,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충격을 받은 중국민들의 글이 올라왔다. 아래사진은 한국, 미국,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노마스크 응원 모습. (출처: 뉴시스, AP)

동용승의 글로벌 경제안보 분석

제로 코로나완화하는 중국 

경제 자유 요구하며 길거리로

제로 코비드정책에 항의

백지시위정치적 성격 약해

장기적 확대 가능성은 농후

중국민, 카타르월드컵 충격

노마스크 응원 모습에 놀라

[핵심요약]

제로 코로나로 촉발된 백지시위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우루무치에서 과도한 봉쇄로 인해 10명이 숨지자, 상하이 고층 아파트 시민들이 같은 처지를 주장하면서 들고 일어났고 중국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중국민 자유 외치는 빈도 늘 것

경제적 자유가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지난 수세기 동안 입증된 사실이다. 국가주도의 억압 속에 중국민들이 자유를 외치는 빈도는 늘어날 것이며, 갈수록 조직화 및 세력화의 필요성과 힘은 강해질 것이다. 이번 시위를 일회성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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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우루무치에서 과도한 봉쇄로 인해 10명이 숨지자, 상하이 고층 아파트 시민들이 같은 처지를 주장하면서 들고 일어났고 중국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경기에서 관중들이 마스크 없이 열띤 응원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코로나와 무관하게 잘 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현장을 중국의 TV를 통해 보게 됐기 때문이다. 시위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로 시작됐지만, 시진핑 정권 퇴진과 자유 요구로 확대됐다. ‘백지시위로 불리는 이번 시위는 대도시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며 처음 발생한 일은 아니었지만 외부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언론은 물론 SNS를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당국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진핑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는 20233월 양회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조금 앞당겨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위는 잦아졌고, 홍콩 증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천안문 사태 때와는 다른 환경

이 와중에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했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은 애도를 표하는 등 국가 차원의 조문 환경을 만들어갔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장쩌민 주석의 사망을 계기로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백지시위에 연동돼 장쩌민의 사망은 중국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설을 실었다.

반면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장쩌민의 사망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촉발시켰던 호야오방의 사망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내부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 듯하다. 이번 시위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며, 중국 당국이 완화 정책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큰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세를 이룬다. 한마디로 별문제 아니며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태 당시와 같이 강력한 대응을 할 생각도 필요성도 없다고 자신한다. 이렇듯 지금 세계의 눈은 중국 내부의 불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보면 중국 내부의 주장이 맞는 듯하다. 중국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한 것이고, 시진핑 주석의 내부 정적은 모두 제거됐기 때문에 시위를 이용해서 맞설 대응세력도 없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당겨 완화함에 따라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시위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강경대응을 자제함에 따라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위 확산도 억제된 듯하다.

중국 안정은 시기상조

그렇지만 이대로 중국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과거와 달리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중국민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10년을 거치면서 중국 번영의 토대였던 사회계약을 깨뜨렸다는 것이 NYT의 주장이다.

경제성장 및 혁신, 기업발전을 기반으로 중국 공산당이 번영했고, 중국민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민간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고, 중국민들을 고용했다. 이제 중국의 일인당 GDP12천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시진핑 정권은 이런 중국 번영의 기반을 부정해왔다. 민간기업보다는 국영기업 지원에 집중했다. 세계 최대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오늘은 어렵다, 내일은 더 어려울 것이다. 모레는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내일 저녁때 죽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마윈은 일본에서 은둔생활을 지속하는 신세가 됐다. 사회단체는 탄압을 받고 중국민이 애용하는 SNS 위챗은 실시간으로 감시당하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술기업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민의 불만표출 계기, 즉 트리거가 된 것이다.

지금 당장 중국의 불안정성을 예측하기는 무리다. 시진핑 정권은 현재 권력의 정점을 누리고 있다. 정치적 반대 세력도 없고, 미국이라는 거대 세력과의 경쟁이라는 외부적 환경은 중국민을 뭉치게 한다. 시진핑은 3연임이 확정되고 아세안(ASEAN),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큰 외교적 포석을 두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금의 현상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하기에 충분하며, 불안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한 내부 감시 및 통제망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듯하다. 그렇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며 관리하고 있다.

민주주의 패러독스 엿보여

그런데 보이지 않는 위험성은 시간을 두고 커 나가게 된다. 홍콩의 보안법 채택 계기로 시작된 중국의 시위는 제로 코로나에서도 이어졌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중국 당국이 시위에 대처하는 방식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토크빌의 민주주의 패러독스를 연상케 한다. 지금 당장 중국은 시진핑 정권 나아가 중국 공산당을 대체할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열망하기보다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듯하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개된 시위는 이슈가 해소되면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는 표면적 현상일 수 있다.

비록 산발적이지만 중국민들은 백지시위를 했다. 백지 안에는 수많은 의미를 담는다. 시위 구호가 제로 코로나 철폐에서 정치적 표현인 시진핑 퇴진, 그리고 자유를 외쳤다. 그리고 일부 중국 당국은 시위대에서 요구한 사항을 받아들였다. 시위를 주도한 세력들은 현재 미약하지만 좀더 강력한 조직화와 세력화를 통해 백지에 담고 있는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시진핑 정권은 국가 중심의 권력집중을 향한다. 중국민들의 자유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억제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특히 미국과 세기적 대결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국민의 요구는 국가적 요구에 차순위로 밀리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그때 아마도 조금 더 세력화된 시위 문화는 힘을 더하게 될 것이며 중국의 정치적 불안정은 가중되게 된다. 중국 당국은 필요에 따라 천안문 사태에 버금가는 행동을 취하거나, 외부적 환경을 악화시키거나 호전시키면서 중국민의 요구를 억제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수록 중국 시민사회의 조직화와 세력화는 심화될 수 있으며, 시진핑 3연임으로 팽 당한 정치세력들은 억압과 탄압을 받으면서 커 나가는 시민사회 세력, 국영기업 우선정책으로 밀려나는 민간자본,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당하는 젊은 계층과 지방 세력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 시진핑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국의 불안정성은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다. 적어도 시진핑 3기가 진행되는 향후 5년 동안의 문제다. 미국의 안보 보고서에는 2035년이면 중국이 15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며 러시아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임을 예측한다. 시진핑 35년 동안 국가 중심의 발전전략을 고집하며 미국과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민들의 정치적 자유뿐아니라 경제적 자유도 억압될 수 있다. 경제적 자유는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지난 수세기 동안 입증된 사실이다. 국가주도의 억압 속에 중국민들이 자유를 외치는 빈도는 늘어날 것이며, 갈수록 조직화 및 세력화의 필요성과 힘은 강해질 것이다. 이번 시위를 일회성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용어설명]

제로 코로나

제로 코로나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봉쇄 조치를 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로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정책이다. 주로 중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3월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61일까지 상하이 전체를 봉쇄했다.

백지시위

‘2022년 중국 시위’ ‘백지혁명’ ‘백지운동으로 불리며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취한 제로코로나를 포함한 조치들에 대한 항의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봉쇄된 지 3개월 만에 우루무치시에서 10명이 사망한 화재가 발생한 후 광범위한 시위가 일어났다

민주주의 패러독스

토크빌의 민주주의 패러독스란 전체주의 체제가 현상유지를 할 때는 안정을 유지하다가 변화를 시도하는 순간 갑자기 혁명을 맞게 된다는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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