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철강 피해 1400억 추산
타이어·정유도 ‘물류 동맥경화’
업무개시명령 후 시멘트 ‘회복’
항만도 노동자 복귀 ‘평시수준’
尹 “법·원칙 바로 선 나라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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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9일째인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2.12.2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물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철강과 타이어 업계에서 재고가 쌓이고 있고 ‘품절주유소’도 속출하면서다. 다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시멘트 업계는 지난달 29일 이후 출하량이 늘고 있고,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물류 흐름도 회복되는 양상이다.

5일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산업 전 방위에서 ‘물류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경북지역 철강산업 피해는 약 1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도 긴급물량에 대해서만 경찰 협조를 받고 출하하고 있으며 대부분 재고를 회사에 쌓아두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매일 1만 7000톤의 철강을, 현대제철은 당진공장을 포함해 전국 5개 공장에서 매일 5만톤이 출하에 문제가 생겼다.

타이어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 공장에서 매일 150여대의 컨테이너를 출하했지만, 현재는 40% 수준에 그쳤다.

정유업계에서도 파업 이후 현대오일뱅크에서만 150~200대 가량의 탱크로리를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 주유소로 확산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 49곳, 충남 9곳, 강원 7곳의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품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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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9일째인 2일 부산 남구 화물차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가 주차돼있다. 2022.12.2

산업 곳곳에서 파업의 여파로 물류 마비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멘트 업계와 부산·인천항은 물류 흐름이 일부 회복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시멘트 출하량이 최대 80%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이후 회복되는 양상이다. 이날 기준 충북지역의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의 70~80%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또 전남지역의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 3일 기준 1만 3000톤으로 업무개시명령 전보다 51%, 강원도 내 시멘트 출하량도 4만 4773톤으로 평상시의 69% 회복됐다.

시멘트 업계의 물류가 회복되어 감에 따라 레미콘 업계도 화색이 돌고 있다. 강원도 내 레미콘 공장 132개의 가동률은 23.5%까지 올랐다.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복귀하면서 부산·인천항의 물류 흐름이 회복되는 추세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량은 지난 4일 오후 기준 1만 862TEU(20ft 컨테이너 1대분)로 평소의 42.4%다. 인천항의 반출량은 690TEU로 밀렸던 물류 흐름이 한꺼번에 회복되면서 평소(244TEU)보다 늘어나기도 했다. 또 컨테이너를 쌓아둘 수 있는 용량인 장치율은 각각 68.3%, 76.7%로 평상시와 같은 수준이다.

한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화물연대와 정부와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멘트 업계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물류 흐름이 회복되자 다른 분야에도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는 총 455명이다. 업무개시명령서를 우편으로 수령한 191명과 문자로 받은 264명이 대상이다. 이들의 업무 복귀 시한은 지난 4일 자정을 기해 종료됐기 때문에 월요일인 이날부터는 운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와 해양수산부는 장관들이 직접 나서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현장을 방문, 현장의 의견과 운송거부와 관련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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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등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물노동자에 대한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과 관련해 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05

윤석열 대통령도 파업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와 연대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약자들을 보듬는 길이고, 지금의 복합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응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자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운동을 민주화 이전처럼 해선 안 되고 이젠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폭력 시위는 외국에서 보듯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도 “최근 노조 협상은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협상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탓에 불법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먼저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모든 게 이뤄져야 하고 자율성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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