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image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단순히 체제유지를 위가해 외부 세계와 차단하고 인민들을 무지몽매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진작 누가 비사회주의자들인가? 바로 김정은 정권 자체가 비사회주의다. 저들은 세기말적인 봉건주의를 하면서 외부 문물에 눈 돌리는 인민들을 비사회주의 죄목으로 통제하고 있지 않는가?

국경을 끼고 있는 북한 함경북도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불순녹화물 시청 및 유포행위 집중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문화를 통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차단하기 위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불순녹화물 시청과 유포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집중단속 기간은 지난 8월 1일부터 9월 9일을 거쳐 현재까지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 조직인 ‘82연합지휘부’는 이 기간 불순녹화물 시청자와 유포자 색출 검거를 중심으로 24시간 주야 집중단속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불순녹화물을 판매하다 적발되는 대상은 반국가적 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해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지시를 각 기관 기업소와 인민반을 통해 주민들에게 하달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주요 당 및 사법기관들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을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을 주문하면서 외부 사상과 문화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 속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자 집중단속을 통해 내부에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실제 함경북도에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다 82연합지휘부에 단속돼 처벌받은 건수는 200건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 것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또 다른 국경 도(道)인 양강도와 자강도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82연합지휘부는 올해 상반기 불순녹화물 시청 및 유포행위로 단속, 처벌한 건수가 200여 건이라고 중앙에 최종 보고했으며, 이 보고에 오른 대상 대부분은 10~30대 청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불순녹화물 시청, 유포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지속해왔음에도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외부문화 소비 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해가 바뀔수록 불순녹화물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위는 강화되고 있고, 실제 남조선(남한) 영화를 본 대상은 마약을 한 대상보다 더 강하게 처벌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그런데도 불순녹화물을 시청, 유포하는 자들이 줄지 않자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 단속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10월 초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대량 유포한 혐의로 고등학생 3명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 영상물을 유입·유포하는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반동사상문화법을 제정한 바 있다. 법 제정 이후에도 한류(韓流)가 만연하자 경고 차원에서 미성년자 처형까지 동원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북·중 국경인 양강도 혜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 3명이 모여 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이를 주변 친구들에게 돌리다 적발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법이 제정된 만큼 시범으로 처형해 경종을 울리라는 당중앙의 지시에 따라 고등학생임에도 처형됐다”고 했다. 북한도 미성년자의 경우 중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이 될 때까지 법 집행을 유예해왔는데 이번엔 달랐다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사법·검찰·보위·안전 분야 담당자 대회를 평양에서 열고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의 엄격한 집행을 논의했다. 법이 시행 중인데 단속돼도 벌금형, 노동단련대 등 가벼운 처벌이 주를 이루자 엄격한 집행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북한 주민의 외부 문물에 대한 넘치는 갈증을 힘으로 막을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