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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마친 뒤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연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수장들의 연임 여부와 함께 낙하산 인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등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은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우리금융과 IBK기업은행 등에서는 금유권 올드보이들이 차기 수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등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한층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CEO는 총 6명이다. 이달 말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과 권준학 농협으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되고 내년 1월 윤동원 기업은행장, 3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와 관련해 NH농협금융은 지난달 중순 임원후보추천임원회를 가동해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NH농협금융의 임추위 위원은 함유근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이순호 사외이사, 이종백 사외이사, 사내이사인 배부열 부사장, 비상임이사인 안용승 이사 등 모두 5명으로 꾸려졌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추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오는 20일 전후로 사실상 차기 NH금융 및 계열사 CEO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추위가 차기 CEO를 추천하면 NH농협금융과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선 현 손병환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 과거 농협금융 회장이 2년 임기 후 1년 정도 더 연장한 사례가 있는 만큼 손 회장 역시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1962년생인 손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상 첫 순이익 2조원을 달성했고, 올 3분기까지 1조971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만큼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2년 임기 후 1년 연장’에 대한 시나리오를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은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이 회장의 의중이 차기 회장 결정에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첫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전직 관료 출신 등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거쳐 지난 2016년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NH농협은행장은 그동안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어 권 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에서는 2018년 취임한 이대훈 은행장이 1년의 짧은 임기 후 1년씩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은행장은 1∼2년의 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NH농협은행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다른 CEO 등과 맞물려 선임되는 만큼 결국 농협중앙회 인사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2017년 취임한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 올해 신한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KB금융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부정채용 의혹’ 관련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법 리스크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3명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들은 오는 8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의를 열어 3명 가운데 1명을 추천하고, 이사회는 곧바로 이 추천자를 최종 후보로 확정할 예정이다.

3연임에 성공한다면, 조 회장의 재임 기간은 4연임한 라응찬 회장(2001년 9월∼2011년 3월 10년 재임) 이후 역대 두 번째가 된다.

다만 금융권에선 조 회장의 무난한 3연임 이후, 연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이 연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부회장직 신설 여부다. 올해 신한금융 부회장 자리가 새로 마련될 가능성이 있어 진 행장과 임 사장,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부회장 자리에 올라 은행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회장과 행장, 신한 여타 계열사 CEO의 인사는 회장 인선이 마무리된 뒤 본격적으로 가동될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결정한다. 자경위원장은 조용병 현 회장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이끈 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 성과도 낸 만큼 당초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었다. 

특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취소소송 1·2심에서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해소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으로 연임에 변수가 생겼다. 일각에서는 징계 취소 소송 제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압박 발언을 내놓으면서 연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1년 6개월간 미뤄왔던 징계를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손 회장을 밀어내고 특정 인사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전직 금융위원장 등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윤석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향후 금융권 인사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인사도 관심사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정상적으로는 임기 만료 전이나 직후 후임 행장이 임명돼야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 후보 낙점이 늦어지면 행장 자리가 당분간 공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윤 행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관료 출신 외부 인사인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각각 1989년과 1986년에 기업은행에 입사한 김성태 현 기업은행 전무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 내부 인사들이다.

이 중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자 노조는 외부 인사의 ‘낙하산’ 가능성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지난달 30일 ‘감독기관장이 피감은행으로,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설명을 내고 정 전 금감원장의 기업은행장 임명 유력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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