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인 8명·기관 7곳 발표
美, 北노동당 간부 3명 올려
日도 단체 3곳·개인 1명 추가
상징적 성격 크다는 관측 많아
사이버 분야 등 추가제재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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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 독자제재안 발표(CG)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2일 동시에 북한을 겨냥한 독자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이들 3국의 대북제재는 안보리 제재 등으로 북한과 교류가 거의 없어 실질적 실효성 측면보다는 북한이 연말에 제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긴밀한 대북공조를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보다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불법 사이버 활동 등에 초점을 맞춘 추가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핵실험 추진 등이 제재 부과의 기준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 개인 8명·기관 7개 추가 지정

이날 외교부가 발표한 정부의 독자제재에는 북핵‧미사일 개발과 제재 회피에 연루된 개인 8명, 기관 7개가 포함됐다. 지난 10월 14일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약 5년만에 재개한 이후 49일만이다.

추가 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 8명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 금융 거래에 관여한 이명훈‧이정원(무역은행), 최성남‧고일환(대성은행), 백종삼(금강그룹은행), 김철(통일발전은행) 등이다. 싱가포르 국적의 궉기성(Kwek Kee Seng), 대만 국적의 천시환(Chen Shih Huan)은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제재 대상인 유류 등 물자 운송에 관여했다.

제재 대상 기관 7개는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한 조선은금회사, 북한 노동자 송출과 관련된 남강무역, 선박 간 불법 환적에 연루된 조선은파선박회사, 포천선박회사, 뉴이스턴 쉬핑(New Eastern Shipping), 안파사르 트레이딩(Anfasar Trading)과 스완시스 포트 서비스(Swanseas Port Services) 등이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된 제재 대상은 이미 미측의 기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또 남북 간 교류는 2010년 천안함 피격에 따른 5.24 조치 이후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독자제재와 마찬가지로 이날 제재 역시 실효성 있는 조치보다는 ‘상징적’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입장을 내고 “한미일을 비롯한 유사 입장국들이 독자제재 대상을 교차·중첩적으로 지정하면서 제재의 효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과의 교류가 전무한 한미일이 제재 단행이라는 공조 과시 이외에 어떤 실질적 효과를 논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해석이 많다.

◆같은날 미일도, 추가 대북제재

이날 한미일의 독자 대북제재는 몇 시간의 차이를 두고 미국, 한국, 일본 순서로 연속 발표됐다. 안보리에서의 대북제재 논의와 별개로 독자제재 단행을 위한 3국간 협의 끝에 함께 칼을 빼든 셈이다.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에 앞서 가장 먼저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대북제재 명단에 전일호 국방과학원 당위원회 위원장, 유진 전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김수길 전 군 총정치국장 등 노동당 간부 3명을 올렸다.

또 “이들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한 노동당 결정의 이행을 감독하는 등 주요 역할을 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발사를 여러 차례 직접 참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4월 유럽연합(EU)이 이미 독자적으로 제재 대상에 올렸고, 한국도 이들 가운데 2명을 2016년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가 추가 제재에 나섰고, 곧이어 일본 외무성이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무기거래 단체인 해금강무역회사,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무역회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 단체 3곳과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을 추가 제재했다. 특히 해킹 조직 라자루스는 2019년 미국 재무부도 이미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3국의 동시다발적인 제재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하는 것과 함께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켜 이미 실행되고 있는 제재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데 그 의도가 있다지만 그 보다는 대북공조 과시 성격이 강해 보인다. 미국 백악관도 2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이 같은 시기에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가 3국 간 조율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이뤄진 이 조치는 한미일 간 3자 관계의 힘이 강화됐음을 입증한다”고 언급했다.

◆안보리 무력화도 3국 독자제재 배경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으나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결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력해진 상황도 3국이 독자제재 조치를 쏟아낸 이유다. 실제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졌고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조차도 논의에 진전이 없다.

한미일 3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건 이 때문이다. 마침 3국의 제재도 북한에 보다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해운·사이버 분야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관심이 쏠리는데 북한이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감행했을 때 이들 분야 제재 실행에 나설지 그 이전이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더군다나 한미는 이미 북한이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고 있다고 판단하고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인사와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실제 양측은 북한 암호화폐 해킹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해 두 차례 실무그룹 회의도 진행했고 지난달 17일에는 동남아 국가 내 사이버 담당 부처, 관련 업계 인사들 참석 속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을 위한 민관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 암호화폐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번 3국 제재는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서기 전 사전 경고용인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2일 “정부는 미측과 긴밀한 공조 하에 암호화폐 탈취를 비롯해 점증하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며 “불법 사이버 활동 제재 부과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분야 제재 부과 검토 기준에 대해선 “핵실험이 아니더라도 불법 도발을 하고 국제사회와 유엔 결의를 위반할 경우 그에 맞는 다양한 제재 조치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북독자제재 #한미일 대북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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