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바흐무트 부근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그라드 다연장 로켓 발사기에서 로켓을 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소모되는 포탄과 무기에 대한 각국 지원은 또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출처: AP, 연합뉴스) 

전쟁 장기화에 각각 다른 속내

초조한 미국, 극우 바람 분 유럽

, 세계 경제난 관망하며 압박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 장기전 양상을 띄면서 유럽은 예민한 반응을, 미국은 초조한 표정을 각각 짓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태연자약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러시아가 장기전, 이른 바 소모전을 표방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는 러시아가 단순히 옛 소련 영토인 우크라이나 땅을 많이 회복하려는 차원이 아닌 유럽과 미국을 아우르는 서방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새로운 고지를 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군사작전을 소모전개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소모전은 통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상대국과 우방국들에 경제적인 타격 등 하이브리드전에서 전력적 우위를 위한 주도면밀한 개념으로 해석된다. 군사용어로 소모전의 대립개념은 속전속결이 아니라 기동전이다.

러시아는 지난 224일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 개시(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는 침공으로 평가) 이후 이번 작전은 이중 전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경제전쟁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몇년간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런 인식이 전략적 목표를 중심으로 정치와 군사를 일관되게 작동시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벨루소프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세계경제의 위기 국면을 장기간 조성,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약화시키겠다는 러시아의 장기전략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초조한 입장으로 읽힌다. 지난 118일 중간선거에서 예산권을 쥔 하원을 공화당에 넘겨준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확대가 어려워졌다. 마크 말리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우크라이나군의 비인도적 행동에 대해 사실 보도하는 쪽으로 보도태도를 바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쟁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 언성을 높이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모든 정황이 미국의 입장 변화 조짐을 반영하고 있다.

유럽은 초조함을 넘어 변화의 터널에 접어들었다. 유럽은 점차 보수주의를 넘어 극우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은 극우가 집권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감당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은 공동의 이익보다는 각각의 민족적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단일하고 통합된 유럽은 미국 패권 유지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유럽의 분열은 미국 패권의 약화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는 집권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벼랑끝 버티기에 들어갔다. 어차피 집권(특권)세력은 지구적인 옹호를 받으며 이미지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징병돼 죽어가는 군인들과 국민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 여론이 벌써부터 비등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모두 회복하겠다고 밝힌 것이 휴전이나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둔 수사적 표현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통상 휴전이나 종전 전 전투가 가장 치열한 것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쌍방 모두의 절박한 필요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그런 방법으로 휴전이나 종전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전무하다. 애당초 러시아 입장에서는 특수작전의 일환일 뿐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관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의도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다며 러시아 국민 80%가 푸틴 정부의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전쟁을 치른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국가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러시아는 장기(소모)전을 통해 미국 패권의 약화라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의 운용 범위를 줄여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도출할 수 있는 돈바스 지역으로 전투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내에서의 무기와 장비 생산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 군의 무기생산은 점점 궤도에 오르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전쟁의 종결을 원하는 반면 러시아가 장기전을 추구한다면 칼자루는 당연히 러시아가 쥐고 있다는 해석이 어렵지 않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이미 전쟁을 빨리 중단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적어도 내년 3월 이전까지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하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권 전체에 심각한 경제위기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소모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블라디미르 푸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