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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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생명력이 참 놀랍다. 벌써 퇴출됐어야 할 인물이 불과 9개월 전 0.73% 차로 대통령이 될 뻔도 했으니. 결과가 바뀌었다면 ‘대장동 사건’도 땅 속에 묻혔을 것인 바 이 대표로서는 두고두고 애석한 대목일 테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만약 이 대표가 다시 살아남는다면 이 대표의 앞길은 탄탄대로가 될 공산이다. 다음 대권도 따 놓은 당상이다. 지금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거대 야당의 당 대표만 해도 대통령이 부럽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이 대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전에 이 대표는 많은 도덕적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살아남았다.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 같은 심각한 흠결들에도 경기도지사가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 대표는 이미 법적 다툼에서도 몇 번이나 기적 같이 회생했다. 그야말로 살아남는 재주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 대표가 ‘혜경궁 김씨’의 ‘족쇄’에서 풀려날 때도 그랬다. 이 대표는 사실 문재인 정부 초기 문 정부의 수사로 일찌감치 제거(?)될 뻔했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며 살아남았다. 

2018년 4월 이 대표와 경기도지사 후보 경쟁을 벌이던 전해철 의원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전해철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한 허위사실, 악의적 비방과 거기에 더해 노무현 대통령과 현 대통령에 대해 패륜적인 내용이 담긴 트위터였다”며 “계정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아주 패륜적인 글을 썼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고발 조치 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등의 트윗이었다. 지지자들은 부들부들 떨었으며 해당 계정주를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로 간주했다.   

더욱이 혜경궁 김씨 계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주장했다. 2018년 6월 변호사와 시민 3245명이 낸 고발장에는 ‘문준용 취업 특혜 비리 의혹’과 관련된 39개 트윗이 범죄일람표로 첨부되었다 한다.

결국 김혜경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지만 김혜경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여기서 이재명 대표의 재간이 나온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만약 혜경궁 김씨의 문준용 특혜 취업 비리 주장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면, 문준용 특혜 취업 비리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문준용 취업 특혜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단서로 달았다. 자신은 의도하지 않지만 ‘이렇게 나온다면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는 식의 협박성 화법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건드렸고,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을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했으며, 이 지사는 기가 막히게 빠져나오게 됐다. 

혜경궁 김씨의 족쇄는 풀었지만 그래서 부인 김혜경씨는 기소를 피했지만 결국 이 대표는 기소됐다. 친형 강제 입원 시도, 검사 사칭, 성남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 많은 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다 피해갔다. 

남은 건 선거토론회에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였다. 이는 2심에서 벌금 300만원으로 당선무효형을 받는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뒤집어진다. 2020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의견은 7 대 5, 한 명 차로 갈렸다. 당시 권순일 대법관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권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재명 재판’ 전후로 8번이나 찾아갔다고 한다. 김씨가 이른바 ‘50억 클럽’의 한 명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권 대법관은 퇴임하자마자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돼 월 1500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렇듯 수없이 되살아났다. 보통의 상식으로 접근하면 사안이 뻔해 보이거나 도무지 용납되지 않을 것 같은데도 미꾸라지처럼 물커덩 빠져나온다.  

국민들은 대선 때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사주한 내용을 접하며 기가 막힐 뿐이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측근 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며 거론한 두 사람,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우리는 모르는 척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고 했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침낭을 들고 태백산에 들어가 열흘 정도 숨어지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끝까지 꼬리를 자를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계를 부인할 것이다. 측근들은 자신들이 뒤집어쓰려할 것이다. 그러면 이 대표는 살아날 수도 있다. 

윤리적인 문제만으로도 이미 몰락하고도 남았을 법한 인물, 그런 사람이 아직도 ‘신성한’ 정치를 하고 있고, 그것도 가장 잘 나가고 가장 권력이 센 정치인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가히 의아하기만 하다.   

일찌감치 퇴출돼야 할 정치인이 만인을 비웃으며 다시 살 수 있을지 아니면 늦었지만 정말 겨우, 법의 응당한 심판을 받게 할 수 있을지, 그 고비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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