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엔 마이너스 성장할 듯
7~9월 韓 경제성장률 0.3%
내수가 성장률 2.0%p 올려
순수출, 성장률 1.8% 깎아
반도체 부진에 수입까지 늘어
실질 국민총소득 0.7%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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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물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은 추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9%로 30년만에 가장 높았고, 농산물 가운데 배추와 무는 1년 전과 비교해 9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이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올해 3분기(7~9월) 한국경제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0.3% 성장했다. 수출 부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늘고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도 증가하면서 힘겹게 역(-)성장을 피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2.6%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입의 증가세가 수출보다 커지면서 순수출이 전체 성장률을 2%포인트(p) 가까이 깎아내렸고, 고물가·금리 여파로 민간소비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어 올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1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국민소득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잠정치)은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이는 앞서 10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0.7% 감소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3분기 성장률은 0.3%로 속보치와 같았지만 세부 항목별로는 민간 소비가 1.9%에서 1.7%로 소폭 하향되고, 설비투자는 5.0%에서 7.9%로 상향되는 등 차이가 있었다”며 “속보치에 반영하지 않은 9월 산업활동 동향, 국제수지, 3분기 정부결산, 기업 영업 실적 등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2.3%), 4분기(1.2%)와 2021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2%), 4분기(1.3%), 올해 1분기(0.6%), 2분기(0.7%)에 이어 이번까지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3분기는 일상 회복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늘고 반도체 장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급증했지만 수출 부진과 원유 수입 증가로 순수출이 늘면서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 

3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오락·취미용품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1.7% 증가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면서 7.9% 성장했고, 정부 소비도 물건비 지출 위주로 0.1%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부진에 0.2% 감소했다.

이에 따른 내수의 성장률 기여도는 전분기 1.7%p에서 2.0%p로 확대됐다.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가 0.8%p로 가장 컸다. 전분기(1.3%)보다 둔화됐지만 역성장을 모면하는 데 민간소비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설비투자는 0.7%p로 전분기(0.0%p) 보다 높아졌고 정부소비,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0%p로 집계됐다. 

수출은 반도체 수출 부진 등에도 불구, 운송장비·서비스 수출 호조로 1.1% 늘어 2분기 역성장(-3.1%) 추세에서 벗어났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6.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수출이 성장률을 1.8%p 끌어내렸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결국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순수출 기여도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최정태 부장은 “설비투자의 성장률은 2012년 1분기 9.7% 이후 최고치”라며 “반도체 장비, 선박 등 운송장비 관련 설비투자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기저 효과도 있고 향후 반도체 수급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추세적 성장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순수출 기여도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3분기에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데다, 2분기에 상대적으로 줄어든 원유 수입이 동절기 에너지 수급 확보로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 건설업, 서비스업이 각 3.9%, 1.3%, 0.8% 늘었다. 특히 서비스업 가운데 문화·기타(5.9%), 숙박·음식점(4.3%) 등의 성장률이 높았다. 제조업의 경우 컴퓨터, 전자·광학기기(-6.3%), 화학제품(-3.7%) 등이 줄어들면서 0.8% 뒷걸음쳤다. 

이러한 가운데 한은은 4분기에 역성장해도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2.6%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소비 위축과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반도체 수출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최 부장은 “3분기 설비투자가 증가한 것은 3개분기 연속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둔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자본 조달 비용 상승 등도 우려돼 설비투자도 성장세를 지속할지 판단하기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률이 소폭이나마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국민이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인 GNI(실질)은 2분기보다 0.7% 줄어 GDP 성장률을 하회했다. 교역조건의 악화가 무역 손익을 더욱 끌어내린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명목 GNI는 0.1% 줄면서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9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3분기 고물가가 국민 소득에 미치는 타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총저축률(32.7%)은 2분기보다 1.5%p 떨어졌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0.0%)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2.2%)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등이 증가하면서 국내총투자율은 34.5%로 전기 대비 2.2%p 상승했다. 국외투자율은 -1.9%로 3.8%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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