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독으로 이상민 해임 건의안 강행
박홍근 “결자해지 차원의 마지막 기회”
169석 가진 야권이 단독 처리도 가능해
尹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높을 듯
與 “野, 어렵게 복원한 정치 없애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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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장관의 거취 문제가 정기국회 막바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예산안 심사는 물론 어렵게 닻을 올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국민의힘 강력 반발에 대치 상황 길어질 듯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예고대로 이날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고, 보다 못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지도부를 불러 중재에 나섰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에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대치 상황을 풀 해법을 마련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국회 의안과에 이상민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오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되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상민 탄핵소추안으로 수위를 끌어올릴 태세다.

민주당은 이 장관의 해임건의에 나선 이유로 ▲참사 당일 이태원에 상당한 인파가 몰릴 것이 명백했지만 사고 예방이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 ▲경찰과 소방의 최종 지휘·감독자임에도 참사 당일 긴급구조신고 등에 적극 대처하도록 하지 않았던 점 ▲재난 및 안전관리의 총괄 책임자로서 참사를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점 ▲참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에도 수사가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에 머물러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위성곤 원내부대표는 해임건의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은 국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 총책임자로서 의무와 임무를 유기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자해지 측면에서 윤 대통령과 이 장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거부하거나 이 장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정기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169석)을 가진 만큼 본회의 상정만 무난히 이뤄지면 해임건의안은 물론 탄핵소추안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탄핵소추안을 밀어 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바 있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김진표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을 찾아뵙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정부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오늘 발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말씀 드렸다”며 “또 의장께서는 국민의힘의 이에 대한 입장도 들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장께서는 일단은 양당 입장 듣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향후 어떤 방법이, 방안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더 의견 좀 수렴하겠다고 말씀 하셨고 내일 오전 11시 다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더 의견을 교환하기로 얘기 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사 관련해서도 내일 모레가 법정 시한이다. 따라서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 상황에 대해 서로 확인하고 논의한 끝에 12월 2일 오후 2시까지 여야 예결위 간사가 예산안과 관련해서 지금의 쟁점사안을 해소하고 타결 짓기를 일단 촉구하기로 했다”며 “그때까지 간사들이 국회법에 따른 간사 협의과정을 보다 신속하고 내실 있게 추진해달라는 요청을 동시에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께서는 법정시한 내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12월 2일까지 여야 간사가 협상이나 심사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요청을 양당 원내대표가 양당 간사에게 해달라 그렇게 얘기를 해서 저희들도 그렇게 응하기로 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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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불쾌하다”는 입장… 국정조사 보이콧 가능성도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들고나온 것은 어렵게 복원한 정치를 없애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며 “처리 과정을 보면서 대응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임건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해임안 처리를 보류하고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이라며 “해임건의안을 강행한다면 예산안 처리는 물 건너간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을 막을 수 없는 만큼,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국정조사, 예산안 처리 등과 연동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조사 계획서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사대상으로 사실상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라고 하면 (민주당에는)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유가족과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는 국정조사 본연의 취지에 따라 국회와 정부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으로 답변을 갈음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보이콧’ 방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동이 이뤄질지 또한 여야가 함께 논의하고 협상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국회에 공을 넘긴 모양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산 심사도 올스톱… 처리도 난항

여야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전망도 어두워진 상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활동 시한이 종료되지만 감액과 증액을 다루는 예산소위 심사는 전날부로 멈춘 상태다.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가능성이 작아진 가운데 여야는 심사 지연의 책임을 서로 떠밀며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예산안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담은 국가 살림살이 청사진”이라며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도 헌법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요구에 여당이 국가 예산을 볼모로 잡는 무책임한 ‘자해 정치’를 행하고 있다”며 "집권여당 실종사건"이라고 맞섰다.

다만 여야 모두 예산안 처리마저 파국으로 귀결되는 데에는 부담이 있는 만큼 물밑에서는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우원식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이날 국회에서 모여 앞서 예산소위 심사 과정에서 견해차로 의결이 보류됐던 사업 예산 115건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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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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