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국립 경상대 교수
미중정상, 갈등보단 ‘관리’ 방점
한중정상회담 돌발 성사 배경엔
“韓판 인태전략 선언 의도 파악”
“中, 당분간 ‘전략적 인내’ 유지”
“尹외교, 원칙 없이 실천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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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가 최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진단과 우리의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0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갈수록 ‘총체적 난국’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에 대한 날선 평가인데 실제로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출범을 전후해 계기가 될 때마다 외쳤던 공정과 상식, 자유는 말뿐이었고 검찰을 동원한 전임 정부 등에 대한 생채기 내기에 주력한 가운데 여야 간 협치는 어느덧 사라졌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대변되는 경제도 파탄지경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행보 역시 우려된다. 최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윤정부판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표적 사례인데, 대중국 견제의 최선봉에 서서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미중 정상도 중일 정상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갈등보다는 협력의 축을 강조했는데도 말이다.

미중 간 갈등 심화에 따른 살얼음판 같은 외교 환경을 간과한 채 ‘한쪽 편들기’를 노골화하면서 그간 한국 정부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전략적 유화책을 취했던 중국이 어떤 식으로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로 가속화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립 구도도 한층 더 가열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서방의 민주주의와 중러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도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물론 정치권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순방 결과를 두고 “외교적 참사다” “아니다”라며 맞서는 등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논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 내외가 해외 순방 때마다 외교적 실수나 각종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동남아 순방 때도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배제 논란부터 행사장 안팎에서의 윤 대통령 부부의 행태에 대한 뒷말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북미 관계도 이 같은 외교 기조와 맞닿아 있다. 강대강 대치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데다 향후에도 남북 양측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심산이어서 경색국면을 넘어 단절의 시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천지일보가 만난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손에 꼽히는 북중관계 전문가다. 전북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일본 도호쿠대를 거쳐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통이면서 북한통이다.

박 교수는 북중관계 분야의 이론과 실제적 현실에 두루 밝다. 그는 전남대와 경상대에서 10여년 이상을 근무하며 북중관계와 북중 국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협력 문제를 폭넓게 연구했다.

그는 젊은 소장 학자지만 일반적 거대담론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논리와 이론을 바탕으로 현안을 발 빠르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북중 문제를 말하면 꼭 언급되는 인물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진단, 우리의 대응 전략과 함께 그가 걸어온 길을 들어봤다.

-북중관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북한과 중국을 연구하게 된 배경이 있나.

전북대 출신인데 일본의 도호쿠대(東北大學)가 자매결연 학교라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북한 문제를 공부했고, 그 와중에 중국 열풍이 불었다. 중국에서 북중관계를 박사 논문으로 썼던 게 운명이 됐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받을 때쯤 중요도가 부쩍 커져가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통상 한국, 미국, 일본의 시각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게 주류의 학문 풍토였는데 중국 입장에서의 연구는 사실상 거의 처음이어서 빈 공간을 잘 파고든 셈이 됐다.

무슨 얘기냐면 한국에 와서 보니 이 분야, 특히 ‘중국적인 시각에서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가 학술적으로 미진한 공간이었다. 학술적인 것 외에도 정책적인 측면이라든가, 시민사회에서 강연이라든가 이런 걸 할 기회도 많았다. 관련국들인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 학술기관, 학자들과의 교류도 잦은 계기가 됐다.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 만남을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역사적으로 강대국 정상은 적대적이라도 끊임없이 대결, 경쟁, 협력을 동시 복합적으로 외교실천의 수단으로 삼았다. 한국전쟁 이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미중 대사급 회담이 진행됐고, 베트남 전쟁 중에도 지속됐다.

중국 입장에서 미중 전략경쟁은 2049년경에 현재의 세력 균형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되는 장기적 투쟁 과정 중에 있다. 바이든 정부든 시진핑 정부든 보수화되고 민족주의가 강화돼가는 국내 정치통합과 결집을 목표로 적대적 발언을 하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 등 첨단산업에서 급속한 결별(decoupling, 탈동조화)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라서 경쟁과 환경, 기후, 방역 등 분야에서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선 이 같은 기조 속 갈등보다는 상황 관리에 합의를 했다. 우발적 충돌방지, 특히 남중해와 타이완해협에서 군사적 대결을 완화시키는 일시적 봉합에 중점을 뒀다고 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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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1

-한중 정상회담도 예상과 달리 성사됐다.

시진핑 주석이 북경을 출발할 때 중국 외교부 계획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 세네갈, 아르헨티나 등 15개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이 준비돼 있었지만 윤 대통령과 회담은 일정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정부나 싱크탱크의 친미반중 기조인 윤 대통령의 외교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회담이 성사됐는데 시 주석은 우선 윤 대통령이 꺼내든 ‘한국판 인태전략’이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선제적으로 반중 동맹을 구축하는 것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고자 했던 것 같다. 아울러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이번에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각국의 국내용인지 혹은 중국에 흘려서는 안 되는 내용이 있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올해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이 악화하고 있고, 대중 적자도 막대한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한중 디커플링을 거론했는데,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중국경제와의 결별의사가 있는지를 묻기 위한 면담 성격도 있다.

시 주석은 국내지지율이 낮고 국내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외교 신인이며, 중국 내에서도 반중친미 인사로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인 한국 지도자를 직접 만나서 외교능력을 엿보는 기회를 갖고자 했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윤정부판 인태전략’을 선언했는데 의미와 배경은

오바마-아베 시기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이 태동했고, 인도‧태평양 ‘구상’을 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태‘전략’을 천명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국가가 이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구상에 참가한 인도와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 또는 구상으로 상당히 후퇴했는데, 되려 윤 정부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를 견제하는 ‘윤정부판 인태전략’을 선언했다. 그런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한미일 프놈펜 선언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표현으로 다소 부드러운 개념이 사용됐다.

윤 정부와 바이든-기시다 정부 간 인도‧태평양에 대한 상당한 인식과 개념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문제는 미중 전략경쟁을 신냉전으로 변경하려는 세력에 맞서 인도, 터키, 사우디아리아, 이스라엘 등 많은 국가들이 국익중심으로 외교를 실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정부가 대중국 포위 전략인 인태전략 선언을 통해 한미일 3국이 북한과 한반도를 인도‧태평양 충돌의 핵심축으로 위치시키는데 추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한미일 실시간 정보공유는 지소미아(정보공유협정)보다 한발 더 나아간 군사협력으로, 미일동맹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군의 정보자산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해석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정부판 인태전략은 한미일이 주도하는 신냉전을 부추기며 신냉전의 최전선에 한국이 반발짝 앞장서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중견국가를 넘어서 글로벌 선도국가로서 품격과 위상이 상승한 한국이 냉전시기, 즉 소국시절 채택한 미일동맹 틀 내에서 한미동맹을 하부구조로 종속시키는 편승외교로 회귀하겠다는 논리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은

중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인태전략을 통발 속의 미꾸라지처럼 보고 있는 것 같다. 외교원칙과 비전, 로드맵은 아직 설정되지 않은 것 같은데, 외교실천은 미일동맹에 종속되는 소국의 편승외교를 채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판단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시진핑판 ‘전략적 인내’를 유지한 채 내년 3월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전후해 글로벌 외교전략과 수정된 대한반도 외교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3~4개월간 윤 정부는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 등 접촉면을 확대해 타협 지점을 모색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시진핑 정부는 현재 한미일 공조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고, 가장 중점을 두는 현안으로는 일본 기시다 정권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에 대한 갈등의 해결이다.

-출범 6개월이 넘었다. 윤 정부의 외교를 설명해 달라.

윤 정부가 외교정책을 심모원려(深謀遠慮)해 발표한 적도 없고, 현재는 발표할 비전과 구상도 있지 않는 것 같다. 인태전략이라는 외교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둘러싸고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에서 치열한 논쟁조차가 없다. 외교원칙보다는 어떻게 외교를 실천할지가 되려 중심이 되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없이 손발이 움직이는 것 같은 위험한 실천형태인데, 미일동맹 구조에 한미동맹을 종속시키는 냉전시기의 편승외교가 외교실천의 목표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를 신냉전의 전초기지로 변모시킬 위험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 한편으론 외교적 희생을 통해 일부 강경파 결집을 통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극복을 위한 요인으로도 작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외교‧안보를 이용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외교원칙은 국익중심이라는 선명성을 바탕으로 한미동맹 기반 하에 중러일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했다. 김대중 시절 1동맹 3친선과 같은 국익중심의 실용주의적인 외교안보 노선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의 연장선에 있었다.

문 정부는 확고한 외교원칙 하에 실천에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했다. 복잡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협력, 경쟁, 대립을 복합적으로 섞어서 외교실천을 했는데 보수 세력이나 중국, 일본은 유연성을 ‘모호성’으로 혼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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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조선중앙통신은 19일 "초강력적이고 절대적인 핵억제력을 끊임없이 제고함에 관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최우선 국방건설 전략이 엄격히 실행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2022.11.19

“확장억제 강화, 韓분쟁 우려”

“北도발, 역대급 한미훈련 반발”

“하노이 이후 북중러 밀착 강화”

“중러관계상 北핵실험 가능성↓”

“북중교역 시작… 北경제 안정적”

-북한 도발과 관련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있는 윤 정부의 강대강 전략은 한반도 리스크를 심화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가 그런 예가 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사드는 주권이 미국에 속하고 있고, 군사정보도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워싱턴에서 처리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접근이 제약된다. 한국의 정보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고 정보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한국 정부의 주권영역이냐고 질문을 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사드가 중국견제용이라고 명백하게 설명하는 실수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만일 미중 간 군사 대결이 발생하면 중국은 중국 주변 해역을 돌파할 공군, 해군력이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에 대중 견제용 미군 시설을 파괴할 능력은 충분하 갖고 있다.

유사시 당연히 중국과 북한은 한반도 주변의 미군시설을 전략적 타격 목표지점으로 삼을 것이다. 이는 한국이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우발적 충돌지점이 될 소지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재의 강대강 대결구조를 시급하게 대화와 협력의 선순환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외교안보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다.

-반대로 북한은 신경질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계속해서 도발을 하고 있다. 왜인가.

윤 정부는 당선 직후부터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수차례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마치 기우제처럼 계속될 것 같은 행태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윤 정부는 출범직후부터 수차례 역대급의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한미일이 먼저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며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바꾸면 ‘내가 군사훈련을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협박용 불륜이 된다’는 건데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의 논쟁과 같은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에 수천억을 썼다는 보도들도 나오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남측은 한미 간 군사훈련으로 그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복지와 청년 고용창출에 사용됐다면 어려운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강대강 대립보다는 대화와 경제협력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려면 크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군사‧기술적으로 상당히 진보된 하이테크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는 정치‧군사적으로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협상으로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북한은 2017년도까지의 핵실험으로 기술적으로 완성됐다. 더 이상 군사‧기술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한미가 협박으로 인식하거나 또는 협상장에 나설 것 같진 않다. 현 단계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 러시아의 관계만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최대한 수평적 핵확산을 막으려고 하는 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입장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한다. 당시 두 가지 옵션을 준비했다고 전해지는데, 북미협상이 성공한다면 개혁‧개방의 길을 택하겠지만 실패할 경우 북중러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미중 대 미러 간 신냉전을 부추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방안을 이미 2018년도에 마쳤다는 전언이다.

결국 하노이협상은 불발에 그쳤고 북미‧남북 관계는 경색됐다. 그렇다고 바로 강대강으로 갈수는 없었는데, 북한과 남한의 9.19군사합의가 이를 방지하는 안전장치역할을 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의 미사일 등 실험은 이 틀 내에서 한 것이지만 지금의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등 발사는 9.19합의를 위반하는 듯한 모습이다. 남북 사이에 또다시 증오와 혐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했을까’에 물음표가 켜져 있고 보수 강경적인 태도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는 양의 탈을 쓴 트럼프라는 말도 들린다. 북한은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대화를 하고자 하는 지도자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의 강경책은 이 같은 결론과 함께 북중러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라는 ‘새로운 길’의 일환이지 갑작스런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한미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좀처럼 보이지 않는 건 여기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 강화는 자연스레 북중러 삼각협력으로 묶이게 하는 등 미중 대립은 역설적으로 북한 안보에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중‧북러의 전략적 협력 강화는 미중‧미러 대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중러의 이익에도 반하는 7차 핵실험을 통해 관계악화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이 2018년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한 이후 북중‧북러 관계가 상당히 개선됐다.

올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도 북한 안보에 상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우방국가들이 이탈하고 있고 중러가 역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동맹으로 발전했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의 핵심국가 인도는 러시아의 저렴한 석유와 가스를 전 세계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북한에도 러시아산 저렴한 석유, 밀가루가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교역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북한 경제 상황은 어떤가.

2020년 1월 북한 당국은 자발적으로 국경을 봉쇄했다. 북한 노동자 수만명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귀국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후 몇 차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귀국이 있었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이들이 벌어들인 돈이 지난 3년간 원화로 2조원이 넘고, 현재 북한의 외환보유고는 70억 달러를 상회한다.

북한경제의 기본 지표인 쌀, 휘발유, 외환이 안정적이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 빈곤국과 심지어 선진국 경제가 출렁였던 것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낮은 북한은 오히려 영향을 적게 받은 것이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노선이 확충됐고, 물류 트럭의 운행이 증가됐다. 2020년 1월 이후 간헐적으로 북중 물류가 있었고, 2022년 2월경 재개됐다가 북한 내 코로나 확산으로 중단됐다. 이 시기 중국 정부는 비상방역을 위한 기본 물품을 제공했다.

현재 시노팜 백신도 1차 접종이 완료됐고, 2차 접종 중이다. 9월경부터 화물열차와 트럭이 비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북한 내 해열제와 인슐린등 기초의약품이 문제가 상당히 해소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유와 밀가루 가격 폭락도 북한경제에 상당한 이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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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10.17

中 ‘제로코로나’ 유지 의도엔

“시진핑 집권 3기 위한 통제”

“1인 지배로 집단체제 약화”

“中중심의 세계 꿈꾸는 시진핑”

尹정부 ‘반중적대정책’ 계속땐

“‘핀셋’ 타격으로 보복 가능성”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변화 조짐은 있나

지난 10월 중국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가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코로나19로 1, 2차 대전 당시 사망자 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숨진 미국(100만명 이상)과 달리 중국은 1만명 이하 수준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방역 승리까지도 선언했는데, 다시금 확진자가 늘면 어찌 되겠느냐.

다만 지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과거와 같은 확진자 격리보다는 시진핑 집권 3기를 안착시키기 위한 정치‧사회적 통제에 방점이 더 맞춰져 있는 정치방역의 양상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해서 이전처럼 죽거나 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심각성도 훨씬 덜한 상태지 않느냐. 그럼에도 방역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정치통제를 위한 목적이 강해 보인다.

중국 정부가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지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도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내년 2~3월께 전인대 이후가 돼야 변화 조짐이 나타날 것 같다. 북중 국경을 전면적으로 개방하지 못한 것도 북한 쪽 문제보다는 알고 보니 중국 영향 탓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 때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등 원톱체제를 구축했는데, 반발 가능성은 없나.

중국 자체에서는 일종의 공산당이 지배하는 당국가 체제라서 파벌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원래부터 그런 파벌이 있는 게 아닌데, 지도자가 어디에 속했느냐(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를 갔다가 편의적으로 공통분모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물론 중국 내부의 속사정을 알 순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상무위원들 간 자유롭게 토론하는 ‘집단지도체제’가 가능하느냐인데, 시진핑 시대가 접어들면서부터 집단지도체제가 무력화가 돼가는 동시에 1인지배가 강화되고 있다. 일단 권력이 강력할 때는 수면 아래서 숨죽일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이 주창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의주의’가 뭔가.

신중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지도자는 모택동과 등소평이다. 모택동의 최대 업적은 중국 건국이고, 등소평은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인민들을 먹고 살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시진핑 주석은 그 급의 반열에 오르고 싶은 것인데, 이 과정에서 만든 이데올로기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다. 이론적으로 중국지식인들 조차 복잡해하는데, 오히려 정치권력 투쟁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좀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시진핑 신시대의 사회주의가 뭐냐’고 묻는다면 패권의 관점에서 중국이 아편전쟁 이전과 같은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들어서는 그런 중국의 원대한 꿈‧대국의 꿈을 꾸는 ‘중국몽’, ‘군사적 굴기’ 등의 초석을 닦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지도자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시 주석은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는 외교 방식인 ‘전랑외교(늑대외교)’ 등을 통해 실천해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한중관계를 전망한다면.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최근에야 제20차 당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내년 3월 새로운 중국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민감하게 관찰해야 하는 시기다. 당지도부에 이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면 내년 상반기 새로운 한반도 정책이 만들어질 텐데, 만일 윤 정부가 계속해서 반중 적대정책을 편다면 현재의 전략적 인내를 벗어나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오늘날은 상호 의존의 시대라는 점에서 중국이 타격을 덜 받고 한국이 가장 아파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족집게 타격(핀셋타격)을 하려고 할 것이다. 요소수 사례와 같이 첨단기술이 아닌 낮은 기술상품을 통해 표적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정 희토류라든가 중간재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이 대체할 수 없는 물품 목록을 정리해놨다고 한다. 수백개가 된다고 하는데, 만일 한중관계가 악화할 경우 한국 팔비틀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팔비틀기가 몸싸움이 되고 나중에는 디커플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상황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길을 걷느냐, 글로벌 선도국가로서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순간이다.

#박종철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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