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
​​​​​​​한민족의 우수성 세계에 알려
123만명 태안복구 기록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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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총회 사진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28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우수한 기록문화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훈민정음부터 조선왕조실록, 팔만대장경 등 수없이 많은 기록문화유산이 우리 민족의 긴긴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6월 등재 신청한 ‘삼국유사’ 등 3건이 지난 26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강국 위상을 또다시 드높였다.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26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총회에서 심사를 거쳐 ‘삼국유사(三國遺事)’ ‘내방가사(內房歌辭)’ ‘태안유류피해극복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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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三國遺事)’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28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삼국유사는 고려 후기 일연(一然) 스님이 1281(고려 충렬왕 7)년 편찬한 책이다. 이 책은 한반도의 고대 신화와 역사, 종교, 생활, 문학 등을 포함한 종합서다. 일연이 승려로 활동하던 시기는 고려가 몽골의 침입으로 나라 곳곳이 잿더미로 변했던 때다. 전쟁 이후에도 고려는 원의 간섭을 받아야 했고 백성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일연은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료를 모아 ‘삼국유사’를 편찬하게 됐다. 일연은 고려 중기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빠진 것을 안타까워했고, 이에 책을 ‘유사(遺事)’라고 이름 짓는다. 삼국유사는 ‘왕력(王歷)’과 ‘기이(紀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등 9편의 주제로 나뉜다. 

몽골의 침략을 받았던 당시 고려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일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삼국유사’는 한국에서 국가적 위난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 시대에 맞게 재해석됐으며, 나아가 대종교와 같은 민족 종교 운동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삼국유사는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 ‘자국 중심의 주체적 역사관’이 형성됐음을 증언하는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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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자인 한글로 창작된 ‘계녀가(誡女歌)’(필사본) (출처:국립한글박물관) ⓒ천지일보 2022.11.28

◆여성 창작 집단문집 ‘내방가사’

‘내방가사’는 18~20세기 초, 조선시대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창작한 집단문학 작품을 필사한 기록물이다. 내방가사는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아냈으며 한글이 사회의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16~17세기부터 일부 여성들에 의해 창작되기 시작한 후, 18세기를 거쳐 19~20세기에 여성 문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은 유교적 이념과 남성 중심주의가 주류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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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쌍벽가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28

‘내방가사’는 한글을 배우는 용도로 활용돼 쉬운 문자인 한글로 창작된 ‘계녀가(誡女歌)’류, 즉 ‘여성들을 가르치는 가사’들이 담겨있다. ‘계녀가’류의 가사를 시작으로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입장을 담은 다양한 주제들로 점차 내용의 범위를 넓혀갔다.

여성들만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여성의 삶에 대한 탄식과 회고, 가문 자랑, 여행기 등으로 주제가 다양해졌다. 주요 작품은 출가하는 딸에게 예절이나 행신 등을 가르친 계녀가·봉친가, 출가한 딸이 부모와 고향을 그리는 사친가·사향가, 시절과 풍경을 노래한 사절가·풍경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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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유류사고극복을 위한 자원봉사(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28

◆대규모 환경재난 극복 기록물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도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태안 유류 유출 사고는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당시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1만 2547㎘의 기름이 유출됐고 충남 서해 연안 생태계와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태안유류피해극복기록물은 유류 유출 사고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약 20만건이 넘는 방대한 기록물이다. 유형별로는 21만 5240건, 사진 5707건, 파일 1020건, 구술 93건, 영상 61건, 간행물 4건, 인증서 3건, 협약서 1건 등이다. 사고 직후 자원봉사자 123만명이 직접 손으로 기름을 제거해 ‘태안의 기적’으로도 불렸다. 해당 기록물은 대규모 환경재난을 민관이 협동해 극복한 사례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한편 한국은 기존의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목록 3건, 총 22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에는 훈민정음(1997), 조선왕조실록(1997), 직지심체요절(2001), 승정원일기(2001), 조선왕조의궤(2007), 해인사 대장경판과 제경판(2007), 동의보감(2009), 일성록(2011), 5.18 관련 기록물(2011), 난중일기(2013), 새마을운동기록물(2013), 한국의 유교책판(2015)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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