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봉쇄 완화 20가지 조처 발표
‘동 단위’ 봉쇄 등 정밀 방역
광저우, 정저우, 티벳 등 성난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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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P, 연합뉴스) 지난 26일 밤 중국 상하이의 우루무치중루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최근 신장 우루무치에서 벌어진 화재 참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천지일보= 방은 기자]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가운데 코로나 환자 발생에 대한 전방위 봉쇄 정책에 중국민들의 저항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한국 교민도 많이 사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나와 ‘봉쇄를 풀라’고 소리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한계레 뉴스 최현준 특파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 대여섯 명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주민위원회 직원에게 “무슨 근거로 봉쇄를 했냐”며 “상부 책임자를 데려오라”고 큰소리로 항의했다. 그 뒤에선 이들도 “봉쇄 풀어라”, “문건(근거) 보여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1시간 넘게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주민위원회는 결국 봉쇄 결정을 내린 지 10시간 만인 이날 정오께 봉쇄를 풀기로 결정했다. 20년 이상 중국에 거주한 익명의 한국 교민은 “베이징에서 봉쇄를 풀라는 시위가 발생한 것은, 과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쇄에 대한 불만이 정말 큰 것 같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1000세대 가까운 아파트 단지 전체가 봉쇄된 것은 이날 오전 1시께였다. 단지 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봉쇄 결정이 내려졌다. 사흘 동안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한다는 소식에 새벽 운동을 하러 나온 몇몇 주민이 당황해했다. 일부는 아파트 관리원에게 “문을 열라”고 항의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방에 불만이 쏟아졌다. 급기야 밖에 나가 항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주민들은 경찰을 불러 주민위원회가 법률을 어긴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나온 주민위원회 담당자에게 “국무원 지침을 지켜라”, “문건을 가져와라” 등의 주장을 쏟아낸 이유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내놓은 방역 완화 기조를 지역 단위 현장에서 근거 없이 어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 달 전이라면 주민들은 단지 봉쇄를 선선히 받아들였을 테지만, 이번은 달랐다. 중국 국무원은 11일 봉쇄 완화 기조를 담은 20가지 조처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아파트 단지 전체’ 봉쇄를 지양하고 ‘동 단위’ 봉쇄 등 정밀 방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는데, 이제는 확진자가 사는 동이나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는 라인만 한정해 봉쇄하라는 것이었다. 국무원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장인 중국공산당 상무위원회가 이 조처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중국 방역 정책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비슷한 시위가 베이징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발생했다. 베이징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으면서 각 지역 단위에서 방역 강도를 높이자, 주민들이 저항한 것이다.

27일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성도인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망 사고도 방역 정책에 대한 중국 주민들의 불만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석달 넘은 봉쇄가 진행되는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아파트 봉쇄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 신속한 화재 진압을 방해했다는 주장 등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우루무치 시민들이 시 정부 앞에 모여 “봉쇄를 풀어라”고 외치며 시위하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우루무치 시 당국은 25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이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어서 당시 아파트는 봉쇄되지 않았고, 아파트 앞에 주차된 차량 탓에 소방차의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에 성난 민심을 달래지는 못했다.

로이터는 전날 밤 우루무치중루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가 이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SNS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주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또 어느 순간 대규모 인원이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덧붙였다.

AP는 SNS에 올라온 시위 관련 영상들은 즉시 삭제됐지만,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많은 주민이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 모여 희생자에 대해 헌화하고 ‘11월 24일 우루무치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과 함께 촛불을 켜 놓았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자오모 씨는 AP에 “친구 한 명은 경찰에 두들겨 맞았고 두 명은 최루탄을 마셨다. 경찰은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내 발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100명의 경찰이 시위대를 막아섰고 이후 더 많은 버스가 경찰들을 싣고 왔다고 전했다.

다른 시위자 쉬모씨는 “수천 명의 대규모 시위대가 모였다”며 다만 경찰은 길에 서서 시위대가 지나가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광저우, 정저우, 티벳 등 중국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 봉쇄에 질린 주민들의 성난 시위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있지만, 봇물 터지듯 퍼져나오는 불만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보인다.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중국 봉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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