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원 협의체 구성 및 회의
재발방지책 내달 7일 발표 예정
최승재 의원 “반성하는 시늉만”
“선심 쓰는 것처럼 분위기 조장”
[천지일보=손지하·김민철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카카오가 보상책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4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및 지원을 위해 ‘1015 피해지원 협의체’를 구성하고 21일 첫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송지혜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공정 거래-소비자 보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협의체는 카카오가 제공한 피해 사례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되 신속하게 합리적인 기준과 정책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피해 사례가 많고 광범위하다는 점이 보상안 마련에 발목을 잡는다. 특히 무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피해를 입증하고 보상 기준을 마련할지 모호한 상황이라 보상안 도출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 대표는 “피해 지원은 카카오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많은 문제라서 (협의체 구성원들이) 각계를 대표하는 분들의 고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좋은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딘 속도감에 정치권에서는 날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카카오를 향해 “동의의결제를 통해 말로만 상생을 외치고 반성하는 시늉만 한다”며 “뒤로는 상생에 들어갈 예산을 자신들을 홍보·광고하는 데 사용하고 로비하는 데에만 열중했던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동의의결제는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을 제안하면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 주는 제도다.
그는 카카오의 협의체와 관련해 “카카오가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진정성을 내보이기는커녕 자꾸만 무료 서비스라고 주장하며 곤혹스러운 척,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보상해준다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등 작은 머리만 굴리고 있다”며 “협의체의 면면을 뜯어보면 카카오의 이러한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국민 보상을 위한 협의체인지, 대국민 통보를 위한 협박체인지 두 눈을 의심케 한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지난 23일에 열린 협의체 회의에서 산업계를 대변한다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산업계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대변자인 셈”이라며 “‘무료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보상 기준이 마련되면 시장 진입 장벽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면서 카카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의 원인을 분석하고 인프라 투자 계획 등을 담은 재발방지대책을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데브(if kakao dev) 2022’를 통해 발표한다. 오는 12월 7일부터 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열리는 콘퍼런스에 ‘1015 데이터센터 화재 회고’ 특별 세션을 마련할 방침이다.
해당 콘퍼런스는 회사가 진출한 금융·모빌리티·웹툰·게임·인공지능(AI) 등의 사업 영역에서 활약 중인 개발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행사다.
카카오는 행사 첫날 키노트 세션을 통해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개선 방향을 발표한다.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서비스 장애의 책임을 지고 각자대표 자리에서 사퇴한 남궁훈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이 직접 개선안을 설명한다. 남궁 소위원장과 함께 ▲고우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최고클라우드책임자(CCO) ▲이확영 그렙 최고경영자(CEO) ▲이채영 카카오 기술부문장이 해당 세션에 연사로 오른다.
고 CCO는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을, 이 CEO는 원인조사 소위원장을, 이 부문장은 기술윤리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의 원인을 분석하고 카카오의 인프라 투자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행사 둘째 날인 12월 8일에도 서비스 장애와 관련된 세션이 진행된다. 카카오는 ‘1015 회고’ 특별 세션 5개를 열어 다중화 기술에 대해 개별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기술적 개선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유한다. 이와 함께 김혜일 카카오 디지털접근성책임자(DAO)가 ‘카카오 공동체가 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디지털 책임 이행 사례’도 발표한다.
카카오가 이같이 재발방지책을 내놓는 이유는 먹통 사태의 일차적 과실은 SK C&C에 있지만 데이터센터 마비 당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던 카카오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채이배 전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T아현지사에서 불이 났을 때 정부가 이런 상황을 우려해 민간 사업자들에게 시스템을 이중화해놔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며 “그런데 그 권고를 네이버는 따르고 카카오는 아직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가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고 있는 중이었다고 해도 그러면 짓는 동안에는 재난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당한 변명이 될 수 없다”며 “화재가 생길 줄 몰랐다는 말은 엉뚱한 발언이다. 재난 관리 대응 체계가 없었고 이중화 조치도 안 돼 있던 게 드러났으니 카카오의 책임도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