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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격전지에서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인을 우크라이나 군인이 즉결 처형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트위터 등 SNS에서 급속하게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사진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인에 항복해 엎드리는 장면. (출처: 트위터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천지일보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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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격전지에서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인을 우크라이나 군인이 즉결 처형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트위터 등 SNS에서 급속하게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사진은 러시아군 포로들이 총살을 당한 모습. (출처: 트위터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2.11.25

소모전도 파상공세도 가능

우크라군, 러군 포로 총살

동영상 확산 비난여론 거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협상국면이 맞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차츰 사그라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는 전쟁을 지휘하는 군 총사령관이 소모전을 계속 하겠다는는 취지로 발언한 데다, 우크라이나군이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인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지구촌에 공개되면서 양측 모두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는 해석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서방언론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미디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취재한 바를 종합하면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포로 총살 영상 배포 이후 러시아 국민의 여론이 급격히 격앙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당성에 회의를 품고 반전 여론에 합류했던 20%의 러시아 국민도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반인륜적 행태에 분노하면서 한때 현실화 조짐을 보였던 조속한 협상분위기가 급격하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24일 기준 유럽 현지 언론들과 트위터 등 SNS에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 10여명에 대한 총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공연히 공개확산되고 있다. 전쟁포로 처우 방식을 규정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어긴 잔혹한 학살 장면의 장본인은 서우크라이나 르보프 소재 80공수여단 장병 5인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인들은 이들 5명의 명단과 사진, 총살 장면 동영상을 여러 채널에서 공유하면서 처형해야 할 전쟁범죄자들로 낙인을 찍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전쟁물자를 제공해온 미국에서조차 이번 학살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이 영상은 진본이라며 잔혹한 전쟁범죄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 여론은 러시아 군대가 즉시 이들 학살자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심리전과 여론전을 통해 적군을 위축시키는 이른 바 하이브리드전(hybrid war)’과 같은 전쟁수행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동시에 초강력 대응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력한 움직임으로 거론됐던 협상론이 급격히 사그라들고 전쟁이 한층 더 가혹해질 수 있다는 예측으로 쏠리는 이유다.

수로비킨 러시아 군 총사령관은 지난 10월 초순 취임 일성으로 소모전을 계속하겠다고 발언다. ‘소모전은 일상에서의 의미와 달리 군사용어에서 사용될 때는 명확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특정한 작전유형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우크라이나 측이 서방의 무기지원을 잔뜩 받아 폭격과 총격전이 치열해도 어차피 전장은 과거 우크라이나 영토 안이기 때문이다.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되더라도 과거 우크라이나 지역 사람들이기 때문에, 러시아 내 반전 여론도 큰 동요가 없다.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 피해 규모가 4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종자 수가 상당하다. 실제 사망했더라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망자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실종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 희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론이 지배적이다. 실종자가 사망자 명단에 추가될수록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슬픔과 비애, 절망은 커진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분노로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장 전쟁 자금과 부족한 무기, 탄약, 보급물자 등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조달해주기 때문에 큰 걱정없이 여론전에 더 신경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예산을 결정하는 하원을 장악, 전쟁 지원 예산 삭감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고, 무조건적인 종전 협상을 촉구하는 서방 내 여론도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마침내 미 합참의장이 협상 카드를 비쳤다.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으니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나토 부사령관도, EU 집행위원장도 소모전이 유럽 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하필 미사일이 떨어지던 날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막대한 자원을 빨아들이며 인류를 불편하게 만드는 전쟁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할 무렵, 러시아는 장기전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독립 문제를 제외하고 이미 합의된 우크라이나의 중립, 비무장화, 나치 세력 제거, 러시아어 사용 보장, 크림반도 문제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2024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두 나라에서 두 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도전한다면 지금의 전세에서 누가 유리할까.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선택지가 많고, 어떤 경우든 불리할 게 없다고 본다. 소모전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이 나라를 지원해온 서방국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갈 수 있다. 또 참혹하게 학살당한 러시아군 전쟁포로 사건을 계기로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어도 국제사회의 비난이 심하게 커질 형국이 아니다. 자국 내에서는 지지율이 되레 증가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 #젤렌스키 #러시아군 포로 즉결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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