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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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건방지고 까다롭다고 알려진 독선가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고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주 극히 일부 만이 원하는 비싼 컴퓨터를 만드는 데 매진했었다. 스티브 잡스는 주변 동료들의 말을 듣지 않았고, 임직원들에게 거의 권한 위임 없이 독주했다.

그의 자서전에 따르면 중요한 고객사 중역들의 방문이 있었을 때, 회사 조경 일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스프링클러 헤드의 정확한 방향을 위해 20분씩 할애하며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동거녀 사이에서 탄생한 딸 이름 리사를 브랜드로 활용해 리사 컴퓨터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내고 깨알 같은 글씨로 9페이지에 걸쳐 제품 사양에 대해 설명했다. 컴퓨터의 전반적인 부분, 심지어 내부 나사못에 이르기까지 모두 창업자이자 회장인 그의 결정사항이었다고 한다. 만인의 예측대로 리사 컴퓨터는 폭망하고,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기업, 애플의 이사회에서 해고됐다. 

이후 조지 루카스가 이혼 소송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루카스의 기업이 스티브 잡스에게 매각돼 픽사(Pixel과 Art의 합성어)의 간판을 달고, 마침내 1995년 11월 미국에서만 1억 9200만 달러, 세계적으로 3억 57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 비디오 판권 만으로도 1억 달러의 큰 성과를 거둔 토이스토리(세계 최초 컴퓨터 그래픽 장편 애니메이션)를 제작했다. 

1997년 9월,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다시 영광스럽게 복귀했다. 특허를 꾸준히 출원했던 애플은 브랜드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특히 복귀하기 이전의 지루한 광고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딱 두 단어로 축약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했다. “think different”

CEO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변화된 것은 권한의 이양과 소통을 한 점이라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 고객의 가치를 찾아내어 팀웍으로 아름답게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매진한 결과, 상상 그 이상의 수익을 안겨줬다. 

초청강연 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나 TED 강연이 왜 15분 내외가 되는지 꽤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CG나 무대장치에 신경을 써서 시간과 환경을 더 길게 끄는 것이 아닌 최대한 간소화시켜 내용에 집중시키는 콘텐츠를 내보내려 기획했다고 한다. 실상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15분 내외 시간에서 정신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유튜브의 SHORTS나 짤방 모두 보면 참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정성을 볼 수 있다.

필자도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짧을수록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통계를 경험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그 안에는 스토리가 살아나고 고객이 원하는 대상이 담긴, 고객의 가치를 추구하는 메시지가 오롯이 담겨야 한다. 원천적으로 소통이 아니라 고집불통 외골수여서는 초격차를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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