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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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망개떡이 의령을 대표할 만한 향토 떡으로 알려져 있지만,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을 비롯해 경남지방에서 “망개떡 사이소!”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이 망개떡은 진주, 함안, 창녕, 부산, 의령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 일대에서 음력 5월부터 한 겨울철까지 만들어 먹었다.망개떡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군사들의 비상식으로 활용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경상도 지역 일대에서 만들었던 망개떡은 생산지의 상황에 따라 모양과 빗어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서도 부산의 망개떡은 해안가의 산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망개 잎으로 떡을 만들었다. 이는 떡을 싼 잎이 크고 두터우며, 망개 잎의 상큼한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조선 중기 부산포(釜山浦, 조선시대 부산의 지명)에서 뱃사람들의 식량으로 망개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가야시대에 백제와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자 서로 혼인을 맺었는데 신부 측인 가야에서 이바지 음식 중 하나로 백제로 보낸 것이 시초라는 설과,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망개 잎으로 떡을 싸서 보관, 산속으로 피해 다닐 때 전시식(戰時食)으로 먹은 것이 전래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망개떡은 가시와모찌(かしわもち·柏餠)라는 일본 음식에서 유래했거나 최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가시와는 떡갈나무이고, 가시와모찌란 떡갈잎으로 싼 떡이다. 일본은 5월 5일 단오를 양력으로 쇠고 또 이날이 어린이날과 겹치는데, 이때에 절기 음식으로 먹는다.일본의 일부 지방에는 떡갈나무가 없어 그 대용품으로 망개 잎을 쓴다. 이 망개 잎으로 싼 떡도 가시와모찌라 이른다. 일제강점기에 이 가시와모찌가 우리 땅에 이식됐고, 그 흔적은 한반도 여기저기에 존재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전국 유원지에서 팔았다. 기념탑까지 있는 그 지역은, 시장에 맛있는 망개떡 파는 가게가 하나 있어 어느 때에 유명해졌을 뿐이다.

위 내용은 황모 맛 칼럼니스트가 쓴 내용 중 일부인데 가야시대와 의병설은 모 지자체가 기념탑에 쓰여진 내용을 인용한 것이고, “가시와모찌(かしわもち·柏餠)라는 일본 음식에서 유래했거나-중략-”라는 내용은 황모 맛 칼럼니스트가 자의적으로 단정하고 쓴 내용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기념비 내용이나 황모 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 모두 문헌적 근거나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는 설 또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잎에 싼 떡은 굳이 일본의 가시와모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조선 중기(中期) 예학자(禮學者)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 선생이 1685년에 쓴 ‘가례집람(家禮輯覽)’ 통례(通禮) 사당(祠堂) 편 주(註) 에 보면 “각서(角黍)는 ​찹쌀가루를 풀잎에 싸 쪄서 만든 떡의 일종으로, 삼각형 모양이며, 옛날에 찰기장(黏黍)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각서라고 한다”고 돼 있다. 또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 숙종7 ~1763 영조39 )의 ‘성호사설(星湖僿說)’ 4권(卷之四) 만물문(萬物門)에 나오는 각서의 내용을 보면 “각서란 것은 ‘풍토기(風土記)’에, 단오(端午)에 줄잎(菰葉)으로 찹쌀을 싸서 먹는 것은 옛날 멱라수(汨羅水)에서 굴원(屈原)의 혼을 조상하던 풍속이다”고 했다. 우리의 오랜 풍속에서도 단오에 밀가루로 둥근 떡을 만들어 먹는데, 고기와 나물을 섞어서 소를 넣은 뒤 줄잎처럼 늘인 조각을 겉으로 싸서 양쪽에 뿔이 나게 한다. 이것이 바로 각서인데, ‘옛적에 밥을 서직(黍稷)이라고 했으니, 각서(角黍)란 것은 밥을 싸서 뿔이 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라고 나온다.

각서(角黍)는 북위(北魏)의 고양(高陽: 山東省) 태수(太守) 가사협(賈思勰)이 편찬한 ‘제민요술(齊民要術)’의 종(粽)과 열(䊦)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종(粽)은 줄풀 잎에다 기장을 싸서 진한 잿물 속에서 삶아낸 것으로 각서라고도 했다. 열(䊦)은 찹쌀가루를 꿀로 반죽해 길이 1척, 너비 2촌으로 펴서 넷으로 자르고 이것에 대추와 밤을 아래위로 붙인 다음 기름을 골고루 바르고 대나무 잎으로 싸서 쪄낸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쫑즈(粽子)를 찹쌀, 쌀, 쌀가루 등으로 삼각형이나 원추형으로 만들어 연잎 등의 잎으로 감싸서, 짚이나 갈대 줄기 등으로 묶는다. 그런 다음 삶고 가열해, 잎을 벗겨 먹는다.

우리 문헌에 각서는 조선시대 제사상에도 올렸지만, 5월 단오의 절기 음식으로 즐겨 먹었다.

한편 이러한 각서가 의령에서는 ‘망개떡’이라고 한다.

거창에서는 보통 송편을 하는 것과 같이 멥쌀가루를 익반죽해 소를 넣고 빚어서 솔잎 대신 망개 잎을 깔고 쪄낸다. 이를 거창송편이라고 한다. 망개 잎 향이 떡에 베어서 솔잎과는 다른 향과 맛이 있다. 송편은 가루를 빚어 찌는 떡으로 빚는 떡에 넣기도 하고 찌는 떡에 넣기도 한다.

한편 상주 감잎방울증편은 망개 잎이 아닌 감잎으로 방울 증편을 싸서 찌는 떡이다. 솔잎을 깔고 찌는 송편처럼 망개 잎이나 감잎으로 싼 떡은 잎의 향(香)은 물론 떡을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 조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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