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125건 안건 중 103번째
삼성 지배구조 영향 미칠 듯
29일 법안소위서 논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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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7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10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다. 해당 법안이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전례를 감안했을 때 문턱 하나를 넘은 셈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금융권과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는 이날 법안심사 제1소위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험사가 법에 정한 비율을 초과해 취득하거나 소유할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는데 법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보험업 감독규정에서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보유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10조원으로 집계된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하는 것으로, 다른 계열사들을 통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게 돼 있다.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 등 오너 일가가 31.31%의 지분으로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다. 이 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 

삼성화재도 해당 법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화재는 현재 삼성전자 지분 약 1.49%를 가지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2조 7천억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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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신우 기자] 삼성전자 지분 현황 및 삼성 승계구도. ⓒ천지일보 2022.11.22

이처럼 국회가 5년 만에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했지만,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날까지 상정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던 데다 정부·여당이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만큼 실제 본회의 처리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또 법안소위에 올라온 125건의 안건 중 보험업법 개정안의 순서는 103번째로 이날 논의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소위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과 재계에선 삼성생명이 오랜 기간 적법하게 보유하던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주주 등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와 정치권이 무리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전날 열린 ‘삼성생명법 법안설명 기자간담회’에서 “25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이 아니라 7년(5+2년)의 매각 유예 기간을 두도록 한 만큼 시장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삼성생명 등 당사자 입장을 청취하면서 대안을 제시할 경우 그 대안까지 아우를 용의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언제까지 아버지 시대에 깔아 놓은 불법, 특혜, 반칙의 레일 위에서 삼성이 달리게 할 수 없다”며 “이재용 회장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열 기회를,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자에게는 돈을 벌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정무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해 “주식시장과 소액주주에 미치는 영향, 한도 초과 시 처분 의무 부과 및 이행강제 수단 등에 대한 법률 유보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회가 입법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주식을 원가보다 시가로 하는 게 회계원칙에 맞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아마 금융위가 여태까지 (법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박용진·이용우 의원실은 오는 23일 새로운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보험이용자협회 등과 함께 ‘삼성생명법 토론회’를 열고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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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삼성생명법 법안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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