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임기 만료 코앞
이복현 “당사자 현명한 판단”
“CEO 선임은 투명·공정해야”
금융노조, 이복현 발언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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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마친 뒤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권 인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달 김지완 BNK금융지주 전 회장이 자녀 부당 지원 의혹으로 조기 사임한 데 이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라임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라임 사태)’ 중징계로 연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금융당국 수장에 이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어 금융권 안팎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수장 중 가장 먼저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로, 농협금융 지배 구조 내부 규범에 따라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과거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들은 2년 임기 후 1년 정도 더 연장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 회장 역시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손 회장 취임 이후 농협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5428억원) 대비 14.4% 증가한 62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호조를 이어갔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 9717억원을 기록한 만큼 ‘2조 클럽’을 확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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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제공: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임기도 내년 초 끝날 예정이다. ‘부정 채용 의혹’ 관련 무죄를 확정받는 등 사법 리스크를 벗어난 조 회장의 경우,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4연임에 성공한 라응찬 전 회장(2001년 9월~2011년 3월, 10년 재임)에 이어 역대 둘째 장수 CEO가 될 전망이다. 

실적도 연일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4조 3154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은행 내부적으로 조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라임사태’와 관련 ‘문책 경고’ 제재를 받으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2019년 1월 우리금융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했다. 2020년 3월 우리금융 회장과 은행장 겸직 조항이 없어지면서 회장직만 유지해왔다. 

손 회장이 취임한 이후 우리금융은 최대 실적과 완전 민영화 등을 이뤄왔다. 올해 3분기 89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은행권 안팎에선 손 회장의 연임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일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으로 연임에 걸림돌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징계 취소 소송 제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압박 발언을 내놓으면서 연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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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은행장들의 임기 만료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올해 12월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12월 중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회장·행장 최종 후보 모두 이후 주주 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된다. 진 행장은 3연임에 도전한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도 손 회장과 함께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로 내년 2월 그룹후보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후임 은행장 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다. 후임 은행장은 3월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기도 내년 1월 2일 만료된다. 윤 행장이 일찌감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김성태 IBK기업은행 전무이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 26조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이러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인사 발언이 관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원장은 금융위의 손 회장 징계 결정 이후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징계 취소 소송 가능성을 일축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CEO들의 임기 종료를 앞둔 상태에서 사실상 당국이 CEO들의 연임 여부에 대한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까지 제기했다. 

이외에도 지난 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압 의도가 아니라면 말을 아껴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노조는 “징계대상자인 CEO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통해 법과 원칙에 의한 방어권 조차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한 발언에 대해선 “이 원장이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분이 경영을 하게 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며 “특정인을 지칭한 말로 이사회 의장에게 ‘감히 후보로도 내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금감원장이 ‘어떤 사람이 CEO로 선임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기존 CEO 육성 및 승계 규정, 프로그램은 모두 무시되어도 되는가”라며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모펀드사태처럼 감독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급격한 시장 변동’에나 집중하기 바란다. 금융노조와 10만 금융노동자들이 지켜볼 것이며 외압을 행사하는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치금융 #낙하산 #이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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