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치러졌다. 이번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전국 84개 시험지구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코로나 수능’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가피했다.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입학부터 졸업까지 마스크와 함께 고교 생활을 보냈다. 올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이뤄졌다.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영역에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함께 시험으로 봤다. 하지만 작년 수능에서는 선택과목별로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달라 유불리 문제가 제기된 바 있었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박윤봉 충남대 교수는 이날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올해 2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불편을 감수했을 뿐 아니라 문·이과 통합형에 대비하느라 적지 않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특히 문과 학생들은 안정적으로 공부한 이과 학생들에 비해 선택 과목에 어려움이 따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과생들에게 불리한 수능의 난맥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식적으론 고교에선 문·이과 구분이 없다. 하지만 수능 선택과목 때문에 사실상 문과와 이과가 나뉜다. 특히 문과생들은 전체적으로 수능뿐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나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같은 자조가 문과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고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취업에 불리한 문과 지망생들이 선택과목을 놓고 갈팡질팡해야 하는 현재 통합형 수능은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수학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과생이 대거 문과를 지원하면서 문과생들의 대학문은 더욱 좁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22개 주요 대학 중 8개 대학에서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80.3%), 서울시립대(80%), 한양대(74.5%), 연세대(69.6%), 중앙대(69.3%), 경희대(60.6%), 건국대(60.6%), 서울대(60%) 등이었다. 

문과생들이 수능에서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여러 대책이나 보완책이 필요하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현재와 같이 인문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균형감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선 입시 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힐 젊은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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