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지원자 50만 8030명
수험생, 결연한 자세로 임해
가족, 응원·안쓰러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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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17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사랑한다. 시험 잘 쳐. 화이팅!”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전 6시 반쯤 제15지구 제1시험장인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은 적막감이 맴돌았다. 올해 들어 거리두기 해제와 실외 마스크 해제 등 방역조치가 하나둘씩 풀려 일상회복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응원 인파 등이 없는 3년째 맞는 코로나19 수능 풍경이었다.

택시와 학부모의 차를 탄 학생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추위가 없는 탓에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다양했다. 두꺼운 겉옷을 들고 가거나 바람막이 후드티를 입은 수험생들도 있었다.

고사장 옆에 있는 교회에선 입구 앞에서 따뜻한 차와 간식, 핫팩을 제공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수험생을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면서 “떨지 말고 잘 보고 와”, “사랑한다” 등의 격려로 자녀의 선전을 기원했다. 교문에선 수험표 확인을 위해 학교 관계자들이 지켜 섰고 학생들은 가방에서 수험표를 꺼내 보여주고 긴장한 모습으로 고사장에 들어섰다.

학부모들은 한동안 교문 앞에서 머무르며 수험생이 고시장에 끝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기도 했다. 까치발로 교문 넘어 고사장으로 수험생이 들어가는 모습을 먼발치에 지켜보다 돌아가면서 못내 아쉬운 듯 다시 교문을 향해 성호를 긋는 학부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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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여의도여고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 딸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험 시작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일찍부터 고시장으로 향한 학생들은 결연한 자세로 임했다.

고사장에 처음으로 도착한 한재민(19)군은 “잠 좀 깨려고 일찍 왔다. 최대한 편안하게 평소대로 시험 치려고 슬리퍼를 신었다”면서 “또 6월과 9월에 있었던 모의평가와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시험에 임할 예정이다. 시험시간에 속이 부대끼지 않도록 점심을 안 먹었는데 이 같은 페이스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이날도 점심은 생략하려고 초콜릿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동성고에 재학 중인 홍커발한(19)군은 “교실 분위기를 익히고 평소대로 시험을 치기 위해 일찍 왔다”며 “또 집중력을 예열하기 위해 1교시인 국어 문제를 풀어 볼 예정이다. 풀 수 있는 거는 다 맞추자는 그런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 등을 한 것과 관련해선 대체로 크게 여의치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김종성(19)군은 “비대면으로 수업했을 당시 나태해지는 부분 등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괜찮다”며 “코로나가 필연적인 거고 누구 한명만 피해를 본 게 아니라 다들 똑같은 조건이다. 평소 하던 것처럼 실수만 안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인 김지은(48)씨는 “아무래도 혼자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그걸 잘 활용하려고 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며 “학업적인 부분에선 소홀한 부분이 있지 않나 했는데도 나름 또 잘 준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실수와 변수 없이 최대한의 역량으로 잘 치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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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여의도여고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 딸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감독관인 교사들도 고시장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라는 김언진(43, 여)씨는 “수험생들이 시험 잘 볼 수 있도록 실수하지 않고 거슬리지 않게 잘 도와줘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학년에 맡은 학생들에게는 “열심히 또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 실수 없이 실력대로 잘 봤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1년에 단 한 번인 수능 풍경을 보고자 고시장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인근 주민이라는 이영희(가명, 50대)씨는 “아들이 예전에 시험 친 것도 생각나고 보고 싶다 해서 같이 오려 했는데 일찍 일어나지 못해 영상을 찍어 보내주려 한다”면서 “수험생들이 긴장할 텐데 아무쪼록 시험 잘 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보낸 학부모들은 응원하면서도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눈물을 머금은 상태로 인터뷰에 응한 이영선(가명, 49)씨는 “아들이 스스로 반수를 선택했다. 지금껏 공부한다고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안쓰럽다. 너무 조급해해서 ‘부담가지지 말고 마음 편히 하라’고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학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심해 공황장애를 겪고 정신과에 다니면서 제대로 공부를 못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이제 고생한 것은 다 잊히겠죠”라고 말했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현장을 찾아 고시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올해 수능 응시 지원자는 50만 8030명이다. 이는 1년 전보다 1791명(0.4%) 감소한 수치로, 재학생은 1만 471명 감소한 35만 239명(68.9%), 재수생 등 졸업생은 7469명 증가한 14만 2303명(28.0%),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1211명 늘어난 1만 5488명(3.1%)이다.

수험생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수능에도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공통과목을 응시하고 선택과목 중 1개를 골라 시험을 본다.

코로나19 유행 속에 치러진 재작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험생들은 일반 시험장 내 일반 시험실과 별도 시험실(유증상자), 별도 시험장(격리자), 병원(입원 치료자)으로 분리돼 시험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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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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