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 명목으로
삼성·SK·현대차 등 311억 회비 걷어
전경련 국정농단 사태 우려 목소리에
“기부 아닌 민간위원회 쓸 공동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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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 아홉번째)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여덟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천지일보 2022.5.31.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10대 그룹으로부터 특별회비를 걷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모금 규모가 3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국정농단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참여기업의 자발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6일 대한상의회관에서 ‘엑스포 특별회비 관련 브리핑’을 열고 “기업들이 부산엑스포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쓸 비용에 대해 회의를 통해 금액을 협의하고 동의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11억원은 목표 액수고 목표만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311억원은 기업들의 의견을 물어 부담할 수 있는 한도로 배정한 금액”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상의는 올해 9월 7일 중구 상의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회비 납부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납부안에 따르면 10대 그룹 회원사는 총 311억원을 특별회비로 납부하기로 했다. 납부기한은 내년 6월까지로 하되 분할해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산총액 1위인 삼성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이끄는 SK는 각각 70억 5000만원(22.7%)을 할당받았으며 현대차 47억원(15.1%), LG 30억 5000만원(9.8%), 롯데 22억원(7.1%), 포스코 17억 5000만원(5.6%), 한화(4.7%), GS(4.5%), 현대중공업(4.3%), 신세계(3.5%)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과 SK가 균등 부담하고 나머지 8개 그룹을 자산총액 비율로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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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30부산세계박람회 공동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국제컨퍼런스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27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서울상의에 민간 차원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경비 지원 명목으로 특별회비 47억 2300만원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달과 내년 3월 각각 23억 6150만원씩 분납할 계획이다. SK와 현대차 등 나머지 그룹도 이 같은 명목으로 조만간 특별회비를 납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高) 상황임에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기업들에 비용 부담을 압박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여수엑스포 당시에도 기업들은 민간 기부금 141억원을 정부에 내야 했다. 특히 이번 특별회비가 과거 전경련이 기업인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후원금을 받은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시는 재단에 기부하는 형태였고 이것은 기부나 성금이 아니고 회비”라며 “전경련 사태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 상근부회장도 특별회비의 성격이 ‘자율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여수엑스포는 기업들이 돈을 모아서 정부에 기부한 형식”이라며 “지금은 그런 형식이 아니라 민간위원회가 쓸 공동 경비를 상의에서 특별회비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회비 납부와 비용 처리 결과는 투명하게 관리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감사도 받겠다”며 “상의의 전통과 신뢰가 훼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특별회비는 ▲민간유치위원회의 국내외 행사 경비 ▲메타버스·플랫폼 구축 ▲컨설팅 ▲홍보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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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주불 한국대사관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활 부산상의 부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칠레 대사, 하범종 LG 사장, 지니조 SK 사장, 정원춘 충남북부상의 부회장.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천지일보 2022.10.19

한편 대한상의는 지난 5월 민간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최태원 회장(민간유치위원장)을 필두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상의가 주축이 된 부산 엑스포 유치지원단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된 주불 한국대사관 국경일 행사에서 파리 주재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사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핀란드 정부부처와 경제계, 영국 런던 주재 BIE 회원국 대사들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10대 그룹도 이와 별도로 글로벌 역량을 총동원해 그룹 총수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를 만나면서 유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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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 대통령 궁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왼쪽 세 번째)이 마리오 압도 대통령(왼쪽 네 번째), 훌리오 세자르 아리올라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페드로 만꾸에조 페레즈 상공부 차관(오른쪽 첫 번째), 우인식 주파라과이 한국대사(오른쪽 네 번째) 등 양측 관계자들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관련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2.11.02

#대한상공회의소 #2030 부산세계박람회 #부산엑스포 #엑스포 특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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