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탐방] 충북 청주시 정북동 토성
평야에 작은 언덕 같은 토성
출토된 유물 마한 시대 추정
성곽 곳곳 선조들 지혜 담겨
삼한시대 삶 보여주는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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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북동 토성은 안개가 서린 아침이나 눈 내린 풍경 등 사계절 내내 찾아도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풍기는 명소다. 사진은 정북동 토성 일몰 모습. (제공: 청주시) ⓒ천지일보 2022.11.15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평야에 솟은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토성. 청주시 북쪽 미호천(美湖川) 연안에 펼쳐진 평야의 중심에 있는 평지 토성은 붉은 노을이 깔리면 그 누가 찍어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 알려졌다. 얼핏 보기엔 작은 언덕 같지만, 토성 안에서 성벽을 들여다보면 토성의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성곽의 곳곳에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붉은 노을이 깔리는 저물녘이 되자 토성 너머로 물든 노을을 앵글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북동 토성은 안개가 서린 아침이나 눈 내린 풍경 등 사계절 내내 찾아도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풍기는 명소다.

지난 14일 저녁 무렵 토성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던 이경훈(가명, 45, 오창읍)씨는 “연애 시절에 데이트 장소로 자주 왔었는데 이제는 셋이 돼 아들과 함께 온다”며 “아이가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를 탈 때까지의 성장 모습을 이곳에서 노을과 함께 사진으로 담아놨다”고 말했다.

정북동 토성은 전국 각지에서도 찾아올 만큼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그러나 토성의 진정한 가치는 천년이 넘는 시간에도 토성의 형태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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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아름다운 충북 청주시 정북동 토성. (제공: 청주시) ⓒ천지일보 2022.11.15

◆청주들판에 자리한 토성

정북동 토성은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벌판에 자리하고 있다. 

깊은 골짜기를 둘러친 석성이 아닌 평야에 쌓은 토성. 이 성을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쌓았을까. 

기록에 남은 바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토성의 남문터 안쪽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의 집터와 삼한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민무늬토기와 쇠뿔손잡이토기 조각이 무더기로 출토되면서 삼한 시대의 마한 사람들이 토성을 쌓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무 틀을 세운 뒤 그 안에 흙을 다져 넣는 판축기법으로 토성을 쌓았고 성벽 둘레에 물구덩이까지 파놓은 튼튼한 요새였다는 것이다.

정북동 토성은 서울에 있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과 비슷한 시기에 축조됐으나 훨씬 발달한 형태에 보존도 가장 잘 돼 있어 문화재 가치가 높다. 이에 사적 415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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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충북 청주시 정북동 토성. (제공: 청주시) ⓒ천지일보 2022.11.15

◆토성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

정북동 토성은 둘레 675m, 높이 3.5m, 폭은 8~13m 정도 된다. 판축기법으로 축조된 토성은 동·서·남·북 4개의 문이 있다. 특히 남문과 북문은 성벽을 어긋나게 만들어 옹성(성문을 공격하거나 부수는 적을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의 구실을 했다. 

네모꼴 토성으로 네 모서리에는 높고 넓은 4개의 각루 터가 있고 이 모서리와 문터 사이마다 치성을 하나씩 만들어 방어력을 높였다. 

성벽 바깥에는 너비 25m의 해자를 만들어 물을 채웠다. 해자는 동물이나 외부인, 특히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고 성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를 말한다. 

정북동 토성이 있던 곳은 물과 산, 평야로 이뤄진 살기 좋은 지형으로 당시 이곳을 빼앗으려는 외부인들과 뺏기지 않으려는 원주민 간의 빈번한 전쟁이 있었다. 이에 1세기경에는 이곳에 목책(요즘의 바리케이트)으로 만든 방어 취락이 형성됐고, 3세기에 이르러 지금의 토성이 축조됐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바깥의 해자를 메우고 건물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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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벌판에 자리한 충북 청주시 정북동 토성. (제공: 청주시) ⓒ천지일보 2022.11.15

◆전쟁 방어에서 보관 창고로

삼한시대가 지나 철제무기를 갖춘 삼국시대 이후에 정북동 토성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영조 때 상당산성에 있던 승장 영휴가 지은 ‘상당산성고금사적기’에 따르면 후백제 견훤이 상당산성을 빼앗아 서문 밖 까치내가에 토성을 쌓고 창고를 지어 세금을 받아 보관해뒀다가 산성으로 운반해 들여갔다는 대목이 있다. 이로 보아 이때의 정북동 토성은 전쟁의 방어시설 기능은 약해지고 평야지대에서 거둔 곡식을 산성으로 옮길 때까지 보관하고 지키던 시설로 쓰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재적 가치 더한 역사공원

그 옛날 마한의 꿈을 품은 정북동 토성은 향후 역사공원으로 조성된다. 청주시는 올해 6억 5000만원을 들여 주변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잔디를 보완하고 화장실 및 주차장을 조성해 쾌적한 문화유적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전통 수종을 활용한 꽃밭, 산책로 등을 조성해 전국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만들겠다”며 “문화재적 가치와 함께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꼼꼼하게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억새와 붉은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늦가을. 정북동 토성에서 옛 마한의 정취를 느껴보며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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