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고 안타깝다.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히 해야 할 사제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성공회 신부와 가톨릭 신부 2명이 동남아 순방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의 추락을 염원하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 소속 김규돈 신부가 윤 대통령이 이용하는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에 대해 성공회 대전교구는 공식 사과하고 교회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인 김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박주환 신부도 전용기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추락하는 사진을 올리고 기도한다는 의미로 ‘비나이다’라고 썼다. 

김규돈 신부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발언을 소개하며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 신부는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에 ‘나만 보기’라는 좋은 장치를 발견하고, 요 근래 일기장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은 일기처럼 쓴 글이 전체 글로 돼 있다”며 “저의 사용 미숙임을 알게 된다.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삭제됐다. 김 신부는 지난 2017년 ‘적폐 청산과 인권 회복을 위한 양심수 전원 석방’이라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는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지난 12일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인 박주환 신부가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고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비나이다’라는 글과 함께 두 손을 합장한 아이의 모습도 곁들였다. 이 사진을 올리며 ‘기도 2’라고 썼다. 일부 네티즌이 “사탄 멀리서 찾을 거 없다. 당신이 곧 사제를 참칭하는 사탄이다” “너 따위가 사제라는 게 자괴감 든다. 신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등의 댓글을 달았는데, 박 신부는 이 댓글마다 “반사”라고 답글을 달았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신부는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 윤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면서 “하야하세요” “윤석열 퇴진”이라고 썼다. 논란이 번지자 그는 “집중공격 시작, 희생양을 찾고 계시나 보지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성공회와 가톨릭 사제는 신자들을 위한 목자로서 교회를 대표하는 이를 지칭한다. 교회를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를 집행하며 신자들을 축복하고 죄의 용서를 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사제의 숭고한 사명과 임무를 저버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며 국가 최고 통치자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를 바라는 것은 경전을 무시하는 무지한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제의 참다운 모습은 분명 이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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