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책임 규명에 기여”
전문가 “정치적 의도” 비난

image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 기간 마지막날인 5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친민주당 성향을 띤 온라인 매체 2곳에서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14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들레는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155명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외신 매체에서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실명으로 보도한 점과 국내 언론에서도 대형참사가 발생 시 개인 정보를 보도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참사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여권과 이에 맞장구치는 보수언론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명단 공개 목소리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정쟁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여론을 오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이를 계기로 위령비 건립 등 각종 추모 사업을 위한 후속 조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유족 대부분이 원하지 않는 걸 누가 함부로 공개했는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유가족을 동원해서 정치적 도모를 하려는 사람이 자꾸 저런 일을 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도 참사 희생자 공개와 관련해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또는 유족들이 반대했음에도 공개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예의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유족이 반대했음에도 명단을 공개했으면 정치 쟁점화를 시키겠다는 의도이고 정략적인 생각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유족들이 공개를 원치 않을 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 점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해야 될 사안이라고 본다면서도 무조건 공개해보고 이런 거는 매체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라고밖에 얘기를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하고 같이 가기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도하게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사를 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크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어 만약 (희생자 이름) 공개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태원참사 #희생자명단 #주호영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