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강남 봉은사 미륵광장
종단 스님, 여야 정계 인사 등 참석
희생자 위한 위령의식, 추모 공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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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가 1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미륵대불 미륵광장에서 ‘상월결사 3주년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를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봉은사가 ‘상월결사 3주년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조계종 봉은사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 미륵대불 미륵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영가(靈駕)를 위로하는 추모법회를 열었다. 지난 4일 서울 조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봉행한 추모 위령법회에 이은 조계종단 내 두 번째 추모법회다.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교육원장 혜일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등 종단 스님들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이원욱 국회 정각회 명예회장,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정계 인사들이 참석해 헌화했다.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신자들로 가득한 봉은사 경내에 명종 소리가 엄숙하게 울려 퍼지며 법회가 시작됐다. 법회 참석자들은 상월결사 총도감 호산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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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가 1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미륵대불 미륵광장에서 ‘상월결사 3주년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를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오늘 이 자리는 상월결사의 뜻을 생각하는 모임이지만 사부대중 모두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참회와 발원의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며 “참회는 눈물과 땀에서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간절해야 한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법적으로 처벌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인연법의 깊은 속을 헤아릴 줄 아는 뉘우침과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세상의 수많은 안전사고는 우리 내부의 안일함과 나태함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며 “구태와 관습에 안주하면 새로운 도약에 의한 발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제대로 뉘우쳐야 올바르게 발원할 수 있다”고 경책했다.

자승스님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유가족과 부상자를 위로하고 감싸 안는 동체대비(同體大悲, 불·보살의 대자비)의 마음을 갖자”며 “함께 뉘우치고 다 같이 뜻을 모아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부처님 앞에 발원 드린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추모사에서 “세상이 어두울 때는 우리가 빛이 돼 주고 부처님의 소리를 들어 우리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상월결사의 정신은 바로 이와 같으며 오늘 함께하는 추모와 애도의 자리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스님은 ”상월정진은 중생의 고통 곁에서 중생의 손을 맞잡고 사회 현장에 서 있는 것”이라며 “정법의 실천이 곧 사회와 소통하는 길이며 불교 신행 문화가 가진 민족 역사의 자산이다. 우리 종단은 상월결사와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봉은사 신도회 최진식 회장은 “꽃피우지 못한 젊은 생명을 바르게 품어 안고 세상을 안전하게 하는 일을 외면해 온 우리의 잘못을 제불보살님 전에 진심으로 참회한다”며 “저희의 참회를 섭수(攝受, 자비심으로 중생을 포용하고 가르쳐 인도함)하시어 깊은 슬픔에 잠긴 희생자 가족들과 한마음이 돼 그들의 고통을 알고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혜와 자비를 내려주옵소서”라고 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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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이 동국대학교 총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영가 천도를 위한 위령의식과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위령의식은 어산어장 인묵스님, 어산종장 도피안‧동환스님과 선훈스님이 맡았다. 스님들이 염불하자 신도들도 일제히 따라서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동환스님의 애끊는 화청(和請) 가락에 부녀 신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봉은사 무용단의 김은경 지도강사는 흰색 저고리와 치마에 살구색 고름을 맨 한복을 입고 나와 흰색 천을 들고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를 했다.

분홍색 연등 대신 새하얀 연등을 든 봉은사 합창단 156인이 조가(弔歌, 죽음을 슬퍼하는 노래)로 ‘무상계(無想界)’를 부르며 행렬하는 것으로 법회는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상월선원 천막결사 3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봉은사에서 위례 상월선원까지 이어지는 평화방생순례가 예정됐었으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와 추모법회를 봉행하는 것이 상월결사의 의미를 더하는 것’이라는 회주 자승스님의 뜻에 따라 추모법회로 대신하게 됐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상월결사의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다룬 KBS 다큐멘터리 제작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 1억원이 투입됐다고 주장하며 “특정 개인이 주도하는 상월결사 걷기 행사에 템플스테이 홍보비가 지원된 것이 타당한지 해명하라”고 조계종단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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