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음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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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1일부터 16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북한의 도발, 이태원 참사 수습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일정 위주로 참석한 후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왠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일정 위주로 참석한다는 표현이 자칫 국민의 귀에는 이번 외교를 대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오는 17일에는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18일에는 한·스페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최악의 대외환경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꺾이며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9일 민주당 등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원 181명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며,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대통령실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내적으로는 단기자금시장 경색에다 내년도 예산안,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물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지원 예산 등 ‘민생예산’ 증액과 한 세트로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감면이 골자인 세제개편안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사상 첫 ‘준예산 사태’가 초래될 경우도 예상된다.

더욱이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진행 중이던 지난 2~5일 미사일 약 35발을 발사했다.

지난 3일 오전에는 평안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도 했다. 물론 7차 핵실험은 언제든 단행할 분위기다.

그렇다고 아세안 정상회의나 G20 정상회의에 핵심 일정만 소화한다는 식의 정부 관계자의 표현은 좀 너무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윤 대통령은 오히려 ‘아세안·G20 정상회의’ 같은 중요한 국제외교 무대를 적극 활용해 모든 국내외 악조건들을 물리치는 기회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프랑스 남부 툴롱에 있는 해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핵 병력은 그 존재만으로도 프랑스와 유럽의 안보에 기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핵화’란 용어가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보편적 진리라고 알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는 무척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더 말하고 싶지만 이정도로 해두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태원 사건, 북한 미사일 문제, 경제상황, 복잡한 국내 정치상황 등 모두 비워버리고 잘 다녀오시라고 ‘아세안·EU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글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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