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은 옛 소련제 SA-5 장거리 지대공미사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미사일 탄착 해역에서 건져 올린 잔해(추진체 하단부)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군이 북한 미사일의 잔해를 인양한 것은 2012년과 2016년 장거리미사일 잔해 수거 이후 세 번째다. 2012년과 2016년엔 서해상의 얕은 수심(40∼80m)에서 건져 올렸지만 이번엔 동해 1700m 심해에서 인양했다. 최대 작전심도가 3000m인 수중무인탐색기(ROV)가 동원됐다고 한다.

잔해 곳곳에선 러시아어 표기가 발견됐다. 1960년대 옛 소련에서 항공기 격추용으로 개발된 SA-5(러시아 제식명 S-200)는 북한이 1980년대에 도입한 기종이다. 군은 “SA-5를 지대지 공격에 사용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비행 궤적(포물선 형태)으로 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의 탐지 요격태세를 기만하거나 혼선을 주려는 의도로 군은 보고 있다. 남쪽을 겨냥해 경사각으로 발사된 점, 유도레이더와 미사일 간 교신이 없었던 점, 최종 탄착 때까지 자폭장치 미가동 등 의도적으로 남쪽에 지대지 발사를 한 게 유력하다고 군은 전했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최신 미사일 뿐 아니라 구형 미사일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군은 이번 인양을 통해 확인했다. 북한은 쓸 수 있는 최신 미사일 수량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구형 미사일은 우리 군이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주 ‘순항미사일 2발을 울산 앞바다에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 군당국에 전혀 포착되지 않은 터라 상투전 기만전술이거나 시도했더라도 실패한 작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내놓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하게 복원된 한미연합훈련에 절대 기죽지 않겠다는 결기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수명이 다 된 지대공미사일을 지대지로 전환해 발사한 것은 이를 유사시 대남 공격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서 전술핵을 장착한 SRBM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한국 요격망을 최대한 흔들겠다는 속셈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공세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하면서도 전작 미군 전략자산이 전개되면 숨죽이던 과거와 달리 ‘보복’ 운운하며 겁없고 간 큰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변화는 무엇보다 핵 보유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과거 도발이 시험적인 차원이었다면 이젠 실전 차원이라고 공공연히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번에 SRBM으로 추정한 초기 판단이 빗나가면서 대북 방공망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겁먹을 것이 아니라 북한이 도박을 벌이지 못하도록 군사적 억제력을 확보하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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