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전환 제외 야권 의원 총 181명 참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8인 규모로 구성
野 “사고 전반에 철저한 진상조사 해야”
與 “수사 진행서 부족한 점 있어야 고려”
대통령실 ”특수본 조사 과정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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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9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향후 정국 역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조사, 용산구서 대통령실까지 대상

민주당 위성곤·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조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제외하고 총 181명의 의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용산구와 서울시, 소방청·경찰청,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을 조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정당별 의석 비율대로 총 18인 규모로 구성하도록 했다.

조사 요구서에서는 ‘용산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을 조사할 사안으로 규정했다. 또한 ‘참사 발생을 전후한 지자체와 정부의 상황 대응 등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실태’를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용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실관계 은폐, 축소, 왜곡 의혹 규명’과 ‘희생자와 피해자 및 그 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언론인, 시민,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대책 점검’도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야권은 “이번 참사는 수도 서울의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처음이고 단일사고 인명피해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직·간접적 원인으로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는 핼러윈 축제로 평소보다 훨씬 큰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안전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음 ▲참사 당일 ‘살려달라’는 현장의 112신고 등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대처가 없었음 ▲재난 상황 발생 초기 보고 및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근본적 배경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인력의 과다 소요, 참사 당일 마약범죄 단속계획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홀 등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참사의 발생 원인과 참사 전후의 대처 등 사고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참사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국민의 미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전 세계가 경악할만한 대형 참사가 벌어졌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규명도 진척이 별로 없다”며 “국조가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당이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경찰의) 셀프 수사에 맡겨둘 수는 없고, 국민들과 함께 참사의 원인 규명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현안에 집중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삶과 미래를 향한 우리의 책무를 한순간도 버릴 수 없다. 일하면서도 싸워야하고, 싸우면서도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번주 이어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운영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 모두 책임회피로 일관했다”며 “국민 다수가 책임묻고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당하게 사의표명한적 없다고 사퇴를 거부하고,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런 참사 일어난 것이 참 어이없다며 무책임을 넘어 몰염치한 태도까지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이라면 156명 국민이 희생된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뭐라도 하자고 제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 슬픔과 분노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대통령실 입만 바라보는 행위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국조에 공조하기로 뜻을 모으고 국민의힘 설득 작업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경찰 수사로는 정부 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 국회가 일하라고 국민이 세비를 준 것”라고 강조했다.

그는 “24일 본회의까지 국정조사에 대한 국회 내 합의의 시간이 충분하다”며 “국민의힘이 아직 결단하지 못하고 있지만, 본회의에서 결정될 때까지 함께 하는 게 국회의 책무라고 (국민의힘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최대한 설득하되 끝내 국정조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야권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관철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야권은 10일 본회의에서 국정 조사 요구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된 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국정조사를 위한 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 특위는 교섭단체 의원 수 비율에 따라 구성하지만,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제외한다. 특위가 구성되면 조사계획서를 확정한 뒤 본회의에서 이를 의결한다. 야권은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야권은 본회의 처리전까지는 국민의힘의 동참을 적극 설득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말이라도 여당에서 국조를 수용하면 본회의를 24일까지 갈 필요도 없다”며 “가능하면 다음주라도 본회의를 열어 계획서를 채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은 국정조사 불가 방침… “슬픔 활용 안 돼”

하지만 국민의힘이 국조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의 단독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경색된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제력 없는 국정조사는 수사에 지장을 주고 정쟁만 일으킬 뿐”이라며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의 진행을 봐가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필요할 때 국정조사를 고려할 일이지 수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지금 국정조사를 하자는 건 오히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며 “다수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사실상 효력이 없어지는데, 민주당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국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정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슬픔은 정치에 활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사고 일체 경위와 진상에 대해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내용을 지켜보겠다”며 “(야권이) 왜 이렇게 제안했는지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국정조사는 강제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팩트가 나온 뒤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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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11.07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두고도 이견

여야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과 영정 공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검은 속내가 드러났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희생자의 이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명단과 영정 공개를 주장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이름도, 영정도 없는 곳에 국화꽃 분향만 이뤄지고 있다”며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촛불을 들고 다시 해야되겠나”고 비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위패, 영정을 모셔 추도하고 분향, 조문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라며 “그간 분향소에 위패, 사진 없이 누가 사망했는지도 모르게 진행된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든다”고 가세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희생자 인권으로 정치적 장사를 하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 마무리됐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 7일 민주연구원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 언론 전체 면을 채우려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가 문자를 통해 세상에 그대로 드러났다”며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희생자의 인권을 팔아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행태라는 비판이 일자 문자를 받은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발뺌을 하는 듯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를 앞세워 재차 명단 공개라는 군불을 지피더니 결국 이재명 대표의 입을 통해 희생자 이름과 영정 공개를 주장하고 나섰다”며 “민주연구원이 띄우고 이 대표가 마침표를 찍으면서 애당초부터 품고 있었던 희생자 인권으로 정치적 장사를 하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 마무리됐다”고 꼬집었다.

장 원내대변인은 “비로소 희생자 전체 명단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확보하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된 것”이라며 “오늘부터 희생자 명단 공개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내부자는 민주당 진영의 적이 될 것이고 문자 폭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 프로필은 인권이다. 민주당이 애타게 찾고 있는 희생자의 애틋한 사연들은 희생자와 가족의 사생활이기도 하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희생자 명단 공개 주장에 대해 ‘기본적인 출발은 사생활’이라면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 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더 아픔을 줄 수도 있다는 측면으로 생각해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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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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