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이태원 압사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특별검사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는 앞서 진상 규명을 제대로 못한 채 정쟁판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정치인들이 조사를 한다는 것이니, 목적과 증거가 구체적이고 분명하지 않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내세우는 국조 추진 이유는 결국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구체적인 정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검수완박’법을 처리한 주체로서 그리 타당한 주장이 아니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에서 나오는 발언과 제안들은 귀를 의심케 한다. 

전날에는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아놓고 떼죽음 당하게 만들었다”고 했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체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해 추모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왔다. 자기 진영 지지자들의 환심을 사거나 선동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다. 

‘참사의 정쟁화’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주의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참사 원인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무엇보다 빠르게 재발을 막는 데 돌입해야 하는데 자극적이고 입맛에 맞는 발언들이 쏟아지니 이목은 그곳에 집중된다. 그 사이에 참사의 본질은 흐려지고 정작 대책을 시행할 때는 어떤 관심이나 제안도 받지 못한다. 

국조나 특검도 마찬가지다. 특검은 여야 합의에만 한 달 넘게 걸리고 수사 개시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본격 가동도 하기 전에 본질이 아닌 다른 사안을 두고 싸우고 있을 게 뻔하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현재 산만해진 주의를 다시 모을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외로 경제적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여야는 정부와 함께 민생을 살릴만한 내년 예산 편성의 접점을 찾아야 하며 이어지는 안전사고, 북한의 핵위협, 미국 중간선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힘을 합쳐 머리를 맞대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인데, 정쟁이 섞이면 어떤 결실도 얻지 못한다. 이런 선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대통령실 참모진의 메모 논란도 소모적이다. 업무 중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으나 오랜 시간 시선을 빼앗길 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도 아니다. 여야 의원들은 제발 자신의 말과 글로 짧은 인기를 얻고자 하는 욕망을 누르고 국민의 생명과 경제를 지키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 조속한 원인 파악과 대책 수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디에서나 이태원 참사는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