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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시작된 채권시장 자금 경색이 증권사·보험사를 넘어 여신금융사(카드·캐피털사)까지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할부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저금리 상품을 내놨던 카드사들과 캐피탈사들이 자동차 할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난항으로 여신전문금융업계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을 본격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 주요 카드·캐피털사들의 자동차할부 대출금리는 할부기간 60개월 기준 평균 연 6~7%대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캐피탈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기아의 신차 구매 금리를 연 6.1%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3분기 현대캐피탈의 평균 할부금리가 연 3.7%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량 올랐다. 또 현대캐피탈에서 현대 그랜저를 현금 구매 비율 10%, 대출 기간 36개월로 할부 구매할 경우 최저 4%에서 최고 9%의 금리를 내야 한다.

주요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금리도 연 최고 6%대를 웃돌았다. 이날 기준 같은 조건으로 차를 구매할 경우 최고금리가 우리카드 9.1%, 롯데카드 8.7%, 신한카드 8.6%, KB국민카드 7.9%, 삼성카드 6.6%, 하나카드 6.5% 순으로 집계됐다. 

캐피탈사도 최대 10%를 넘어섰다. 신용 점수 900점 초과(NICE 기준)인 소비자가 중고차를 36개월 할부로 살 경우 최고 금리는 현대캐피탈이 19.5%, KB캐피탈이 15.9%로 높은 편이다. 7~9월 신규 취급한 자동차 중고 금융 상품의 평균 금리 또한 현대캐피탈이 11.87%, KB캐피탈이 11.49%, JB우리캐피탈이 11.22%로 11%를 넘었다.

자동차 할부 대출금리가 이처럼 급등한 것은 국내외 금리 상승으로 카드·캐피탈사의 시장 조달금리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처럼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사는 대출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그러나 올해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 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여전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채권시장에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올 초 연 2.634% 수준에서 지난 4일 6.285%까지 뛰었다. 10개월 만에 금리가 2.5배 뛴 것이다. 여신사가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도 지난해 14조 8213억원에서 올해 7조 9133억원(4일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어음(CP)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이날 오전 A1급 CP(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p 오른 연 4.92%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월 15일(5%)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 거래일(4일) 기록한 연고점(4.88%)을 재차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일부 캐피털사들이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등 AA급 캐피탈사의 경우 오토 금융의 비중이 높지만 담보력이 인정돼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반면, 부동산 금융이 많은 A급 캐피탈사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급 이하의 캐피털사의 경우 단기화된 만기구조로 인해 재조달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올 3월 기준 등급별 조달기준을 보면 AA급 캐피탈은 단기차입금이 5%에 불과했지만, A급 이하는 13% 수준에 달했다.

이에 일부 중소형 캐피털사의 경우 금리를 높여 사실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자동차 할부 대출 평균금리는 9~10%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할부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자동차 소비 심리는 점점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신차 평균 판매 가격이 442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차값이 치솟고 할부 중단과 대출금리까지 상승하는 등 악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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