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의궤부터 딱지본까지
대중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내
서울 시민 생활 모습도 담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이 찾아왔다. 찬바람이 불면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월에는 우리 역사 문화와 생활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문화 전시를 보며 온기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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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국장도감의궤(상), 1659(현종 즉위)년’, 1659(효종 10)년 5월에 승하한 효종(재위 1649~1659)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어람용 의궤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2.11.07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특별전이 마련됐다. 병인양요(1866) 이후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크다. 10년간의 축적된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전시는 외규장각 의궤 297책이 모두 공개됐다. 의궤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를 마친 후 그 전체 과정을 책으로 엮은 기록물이다. 보통 한 번에 3부에서 9부를 만들며, 그중 1부는 왕이 읽어보도록 올리고 나머지는 관련 업무를 맡은 관청이나 국가 기록물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로 보낸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는 오직 왕만을 위해 만든 귀한 책을 모아놓은 곳으로, 대부분이 왕이 읽는 어람용이다. 의궤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다. 

◆백자의 다양한 얼굴 조명 

서울공예박물관은 백자의 다양한 얼굴을 집중 조명했다. ‘백자 :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전시에서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백자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화가 고(故) 김환기씨가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라고 감탄했던 조선백자는 오늘날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우리 일상과 함께하는 대표적인 공예 분야의 하나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한국 백자의 바탕이 되는 원료와 기법의 시대적 변화를 추적해 한국 백자의 고유성과 연속성을 찾아보고자 하는 연구에서 출발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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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아파트 전경(1969.3.26)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 2022.11.07

◆서울살이와 주택의 변화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는 서울시민의 생활 변화를 들여다보는 ‘서울살이와 집’ 기획전이 열린다. 해방 이후 70여 년간 서울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함께 빠르게 변화됐다. 서울에는 주민이 몰려들면서 주택 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서울은 주택난 해결을 위해, 더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해 도시의 모습과 집을 바꿔갔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서울시민의 생활 모습도 같이 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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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아파트 준공식(1975.08.26)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 2022.11.07

전시에서는 1960년대 안암동 재건주택의 모습을 당시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실제크기로 재현했다. 또 1970년대 중후반에 준공된 13평의 잠실시영아파트도 당시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실제크기로 재현해 당시의 생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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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본 춘향전표지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천지일보 2022.11.07

◆베스트셀러 ‘딱지본’ 소설 

1900년대 초 당대 사람들의 폭발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베스트셀러인 딱지본 소설도 엿볼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야기책 딱지본 특별전’을 통해 대중적 출판물인 딱지본 소설을 공개했다. 딱지본은 1900년대 초 신식 활판 인쇄기로 찍어 발간한 책이다. 표지는 대개 아이들이 갖고 놀던 딱지처럼 화려하고 활자는 비교적 크며 50장 내외 분량의 비교적 값이 저렴하다. 딱지본은 고전소설과 신소설 등의 소설류가 대부분이며 이번 전시에는 춘향전, 홍길동전, 이해조의 신소설 구마검 등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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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본 흥부전표지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천지일보 2022.11.07

특히 손으로 직접 베껴 쓴 ‘필사본’과 목판에 새겨 인쇄한 ‘방각본’을 거쳐 활자로 인쇄한 ‘딱지본’까지 당시 제작된 방각본 목판과 대중 소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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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강서 대묘 ‘현무’ (제공: 한성백제박물관) ⓒ천지일보 2022.11.07

◆‘천지인’ 사상 담긴 순회전 

한성백제박물관은 동양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담은 순회전을 마련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기증자료 특별전은 대구 행소박물관에서 진행된다. 박물관은 그동안 33명의 시민에게서 3만 5993점의 문화재를 기증받았는데, 이번 전시는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도자기, 수막새 및 청동거울 등 문양이 돋보이는 소장품을 공개했다. 또 전시를 세 가지 주제로 하늘·땅·사람의 문양으로 분류해 천지인 사상의 세계관을 조명했다. 이로써 사람과 자연의 조화, 사람과 사람의 조화를 지향했던 지혜의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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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무늬 청동거울 (제공: 한성백제박물관)ⓒ천지일보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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