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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일부에서 ‘곤이(鯤鮞)’ ‘이리(魚白)’를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곤이’와 ‘이리’는 엄연히 다르다.

‘곤이’의 곤(鯤)은 고기 어(魚)자에 자손이라는 뜻의 곤(昆)자가 합쳐진 말로서 사전적 의미는 물고기 뱃속에 든 알이나 새끼 즉 난소에 든 알이나 새끼를 말하고, ‘애’는 간장(肝腸)을 이르는 말이고, ‘이리’는 물고기 수컷의 뱃속에 있는 흰 정액(淨液) 덩어리를 말한다. 국어사전에는 흰 정액 덩어리라고 돼 있는데 정액 자체라기보다는 정자(精子)를 만드는 정소(精巢)다.

물고기의 고환이라고 보면된다. 체외 수정을 하고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의 특성상 많은 수의 정자가 필요하므로 체적 대비 정소가 매우 크고 아름답다.

이리는 순우리말이고, 한문으로는 ‘어백(魚白)’ ‘서시유(西施乳)’, 또는 ‘백자(白子)’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milt’, 일본에서는 ‘시라코(しらこ 白子)’, 프랑스에서는 레탕스(Laitance)라고 한다.

대구·도미·아귀·복어 등 일부 물고기의 이리는 맛이 좋아 식용된다. 특히 복어의 곤이에는 독(毒)이 있으나 이리에는 독이 없다.

송(宋)나라 조언위(趙彦衛)의 ‘운록만초(云麓漫鈔)’ 권5에 “하돈복장이반상심추(河豚腹脹而斑狀甚醜). 복중유백왈눌(中有白曰訥), 유간왈지(有肝曰脂) 눌최감비(訥最甘肥), 오인감진지(吳人甚珍之), 목위서시유(目爲西施乳). 복어는 배가 볼록 튀어나오고 무늬가 있어서 매우 추하다. 배 속에 하얀 것을 눌이라고 하고 간을 지라고 한다. 눌이 가장 달고 살져서 오(吳)나라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데, 이것을 서시유(西施乳)라 한다”라고 했다.

복어의 이리는 특별한 사람만 맛볼 수 있는 요리다. 이리는 75~82%의 수분과 1~5%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염기성 단백질인 히스톤 프로타민(histone protamine)이 포함돼 있다.

이리는 비타민12, D, E, B1 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담백하고 비린내가 전혀 없으며 눈처럼 하얗고 크림처럼 부드럽다.

대구의 이리는 ‘살보다 이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대구탕을 찾는 이유의 70%를 차지하는 맛있는 부위다. 실제로 대구탕에는 이리가 들어가야 진한 국물 맛이 난다. 그리고 대구의 이리는 초밥에도 올라간다.

청어의 이리는 진미로 인정받는 고급 부위다.

이리(Milt, 또는 Soft roe)라고 불리는 청어 수컷의 정소는 바나나와 생긴 것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감촉도 의외로 비슷하다.

잘 쪄낸 청어의 이리는 익힌 바나나처럼 부드럽지만, 익힌 바나나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이다. 씹을 필요가 거의 없이 마치 크림처럼 입 안에서 녹는 촉감이, 고소하면서도 진한 맛이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다. 청어의 이리는 바나나처럼 튀겨 먹어도 맛있다. 

알래스카 근처의 한 청어 산란지는 산란철에 원양어선들이 어획그물(주로 설치형)을 치면, 위험을 느낀 청어들이 알과 정소를 뿌려대는데 청어의 정액 때문에 물 색깔이 희뿌옇게 변할 정도라고 한다. 수정된 알들은 그물에 달라붙으면서 어장이 망가지기도 하는데, 문제는 수정된 알은 끈기가 엄청 강해서 그물에서 제거하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생선의 이리를 소금에 살짝 절여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씌워 지진 음식을 ‘이리저냐’또는‘백자전유어(白子煎油魚)’라고 한다.

한국 최초 조선 요릿집 `명월관(明月館)`의 전유어 지지는법 ‘이리전유어[백자전유어(白子煎油魚)]에 이리에 비웃(청어)이리는 골(두골)전유어가 당치못하고 준치 이리는 고다음이요 도미나 대구는 또 고다음이니 맛은 말노만하면모르니 한번맨드러 볼것이니라’라고 나온다.

‘이리전유어’는 1924년에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 선생이 발간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도 나온다. 

그리고 이리저냐를 넣고 끓인 맑은장국을 ‘백자탕(白子湯)’이라고 한다.

특히 ‘이리’는 ‘애(간)’ ‘창자’와 함께 더불어 각종 해물탕에 곁들여져 국물의 맛을 진하게 해준다. 

생선의 ‘이리’ ‘곤이’ ‘애(간)’ 등 내장으로 담근 젓을 ‘고지젓(古之醢)’이라고 한다.

유럽의 이리요리로는 딸기맛 이리 마르가리타(Strawberry splasharita), 이리 연어구이(Grilled and glazed salmon), 차가운 이리를 곁들인 생굴(Man made oysters), 시트러스와 이리를 믹스해 소스로 사용한 송아지고기 스칼로피네(Veal scallopini)가 있다.

일본 요리 중에는 이리를 폰즈(초간장)에 무쳐 먹기도 하고, 구워 먹는 시라꼬 야끼( しらこ 焼き)나 시라꼬 가라아게(しらこ 唐揚け)처럼 튀겨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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