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의 우려가 더 빠른 속도로 한국 경제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래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준(Fed)의 금리인상 기조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 차가 이미 1%포인트에 달한 만큼 우리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조만간 기준금리가 4%를 넘고 대출금리도 8%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부채도 갈수록 큰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가계부채비율이 더 걱정이다. 올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조사대상 35개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와 고환율 기조도 여전하다. 말 그대로의 ‘복합위기’가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감소했다. 반면에 수입액은 591억 8000만 달러로 1년 새 9.9%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조다. 더 큰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전망한 수출 성장세 1%대와는 달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일찌감치 내년 수출이 0.3% 감소하겠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복합위기에 더해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점차 나빠지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수출과 내수까지 동시에 침체 국면으로 간다면 한국경제는 예상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커질 것이며 시중의 자금시장 상황도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다. 복합위기에서는 증권이나 채권시장에서의 돌발변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락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경제의 대형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정부 당국의 철저한 시장 분석과 예방적 경제대책이 아주 시급한 시점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겨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이럴 때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침저녁으로 말이 바뀐다든지, 뒷북 대응에 전전긍긍할 경우 시장은 순식간에 실물경제를 강타할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 건전성만 외칠 것이 아니라 세입을 공세적으로 관리하고 세출을 조정하는 등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마침 내년엔 큰 선거가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좀 더 냉철하게 작금의 경제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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