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서
스님‧신도 등 500여명 참석
“국민 생명 최우선으로 해야”
윤 대통령도 참석해 공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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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4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태원에서 희생된 꽃다운 영가(靈駕)들이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도록 모든 공덕을 회향합니다. 일순간에 유명을 달리한 영가들이 두려움과 원망을 내려놓고 부처님 자비 광명에 안겨 극락세계로 길 떠나길 기도합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하루속히 이 참담함을 딛고 일어나서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봉행한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이같이 발원했다. 이날 조계종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염원하는 추모법회를 열었다.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 호계원장 보광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 등을 비롯해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 기관 교역직,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스님, 주요 사찰 주지 및 신도 임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해 참사에 대한 첫 공개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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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와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마친 뒤 합장을 하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4

진우스님은 추도사에서 “우리 기성세대들은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또 “안전을 망각해가는 우리 사회의 안이함으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세상과의 이별을 마주해야 했다”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스님은 “국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물질적 이익보다는 생명과 평화가 더욱 소중하다는 확고한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며 “추모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회의 재난 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우리 불교계는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가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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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추도사를 하기 전 합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4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유가족분들과 치료 중인 분들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영가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의식이 진행되자 차분하고 엄숙하게 가라앉은 조계사 경내에 어산종장 동환스님의 화청(和請)이 절절하게 울려 퍼졌다. “사랑하는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 딸들아 / 애타게 불러봐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 가을바람 봄바람에 선들선들 어서 오소 / 꿈이어라 헛이어라 어이하여 속절없이 / 거리 중에 누워있나 갇힌 것도 아닐 텐데 / 답답하여 숨 쉴 수가 없었더냐 / 단 한숨의 간절함과 긴박함을 어찌 알꼬 뉘가 알까 / 그 얼마나 답답하고 그 얼마나 두려웠나 / 도와주지 못하여서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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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불자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4

초겨울에 접어들며 추운 날씨였지만, 위령식이 마친 후에도 스님과 신자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는 등 이날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헌화하고 나오던 조계사 신도 김경숙(57, 여, 서울 성북구)씨는 “이제 막 코로나19가 풀리고 아이들이 제대로 활동해야 할 시기에 이런 일을 겪어서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서 (법회에) 왔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한 여성 신도도 “손주 같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많이 희생된 게 너무 안타까워서 그날로 (조계사에) 와서 기도하고 (이날 법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내 일 같아 너무 슬퍼서 잠을 못 이루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법회에 앞서 불교단체가 조계사 인근에서 윤 대통령의 추모법회 참석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일을 언급하면서 “조계종단의 추모법회 또한 그때와 다르지 않다. 윤석열을 위한 추모법회며, 정치적인 거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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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불교계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 광장에서 ‘부끄러운 용산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 조계종과 윤석열은 참회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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