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우리나라 첫 한글 점자 발표
2020년 훈맹정음 제작 유물 문화재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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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읽는 점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11.03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1월 4일 ‘한글 점자의 날’. 벌써 올해로 96주년을 맞았다. 이날은 1926년 우리나라 첫 한글 점자를 만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송암 박두성(朴斗星, 1888~1963) 선생이 한글 표기를 점자로 쓰고 읽을 수 있도록 고안한 6점식 점자 ‘훈맹정음’을 발표했다. 이로써 시각장애인들이 한글 배움에 소외당하지 않도록 했으니 그를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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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점자’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03

◆송암 박두성 선생, 비밀리에 훈맹정음 만들어

인천에서 태어난 송암 박두성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교직자로서의 길의 걷는다. 그는 일제가 조선인 유화정책의 하나로 설립한 조선 총독부 제생원내 맹아부로 발령을 받는다. 당시 청각교육, 주입식 교육에 한정된 맹교육의 현실을 깨달았고, 일본에서 점자인쇄기를 들여와 한국 최초로 점자 교과서를 출판하게 된다. 출판된 것은 한글 점자 교과서는 아니었다.

그가 제생원에 부임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글 점자는 없었다. 또 세계적으로 공인된 브라이유 점자 체계와는 한글이 맞지 않아 안타까워 했다. 박두성 선생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모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이중의 불구가 될 터, 한국말 점자가 있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육화사)’를 비밀리에 조직했고, 밤낮으로 계속되는 연구 끝에 마침내 1926년 우리나라 첫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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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성 선생이 쓴 ‘맹사일지’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03

◆지난해 ‘한글 점자의 날’ 법정 기념일 지정 

박두성 선생이 쓴 ‘맹사일지’에는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 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라고 기록돼 있다. 

훈맹정음은 6점식 한글 점자다.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63개의 한글 점자로 이뤄졌으며 세로 3개, 가로 2개로 구성된 점을 조합해 자음과 모음의 문자를 표현했다. 

이 같은 ‘훈맹정음’을 기초로 몇 번의 수정 보완을 거쳐 1966년 ‘한국점자 규정집’이 발간됐다. 2006년과 2009년 개정 ‘한국점자규정’을 고시해 현재에 이르렀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11월 4일 ‘한글 점자의 날’은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로써 10월 9일 ‘한글날’,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 등과 함께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로서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

한편 지난 2020년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 ‘한글점자 훈맹정음 점자표 및 해설 원고’ 등 2건이 문화재로 등록됐다. 해당 유물은 ‘훈맹정음’의 사용법에 대한 원고, 제작과정을 기록한 일지, 제판기, 점자인쇄기(로울러), 점자타자기 등 한글점자의 제작·보급을 위한 기록, 기구 등 8건 48점이다. 문화재청은 “당시의 사회·문화 상황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근대 시각장애인사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문화재 등록 가치가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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