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보광동 일대 대단지
‘납부 연기’ 등 파격 조건 제시
건설史 길이 남을 경쟁 펼쳐
‘잠입 의혹’ 등 갈등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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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 써밋의 스카이워크의 투시도. (제공: 대우건설) ⓒ천지일보 2022.10.19

[천지일보=조성민 기자]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가 5일 정해진다. 올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보광동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뜨거운 경쟁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우리나라 재개발 건설사에 길이 남을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은 한남 재개발 5개 구역 중 제3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 속도가 빠른 곳으로 일반분양 비율이 45%에 달해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업은 보광동 272-3번지 일대 구역 면적 11만 4580.6㎡를 대상으로 한다. 이곳에 용적률 195.42%, 건폐율 32.14%를 적용한 지하 6층~지상 14층 높이로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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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의 ‘르엘 팔라티노’ 스카이라운지 예상 투시도. (제공: 롯데건설) ⓒ천지일보 2022.10.19ⓒ천지일보 2022.11.02

◆‘한남써밋’ ‘르엘 팔라티노’… 최후 승자는

먼저 대우건설은 자사 명품 아파트 브랜드 써밋(summit)을 가져와 아파트 명칭을 ‘한남써밋’으로 제시했다. 또 이 단지의 층수를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을 근거해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118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기존 원안 설계의 주동 배치도 수정해 건폐율을 기존 32%에서 23%로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또 6개 주동을 잇는 총 연장 360m의 초대형 스카이 커뮤니티 ‘인피니티 스카이 브릿지’는 물결을 형상화해 한강과 남산, 용산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야외 수영장 ‘인피니티 풀’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상징을 옮겨와 한강과 연결된 듯한 감상이 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주민 서비스로 전문 스파와 에스테틱,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한 헬스 컨설팅 홈닥터 서비스, 문화예술·생활 전문가의 문화강좌 서비스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비 전체를 비롯한 조합원 이주비를 기본 이주비 법정한도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외에 추가로 110% 지원도 제시했다. 이어 감정평가액이 적은 조합원을 위해 최저 이주비 10억원을 보장했고 이주비는 입주 후 1년 뒤까지 상환을 유예해주고 분담금도 입주 2년 뒤 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착공은 이주 완료 후 6개월 이내, 공사는 착공 후 43개월 이내로 계획했다.

롯데건설은 단지명을 ‘르엘 팔라티노(LE-EL PALATINO)’로 지었다. 르엘은 롯데가 만든 한정판(Limited Edition by LOTT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팔라티노는 로마 황제의 궁전과 귀족들의 거주지인 명예와 권위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또 ‘BETTER THAN 호텔’을 표방해 호텔보다 더 편안하고 안전한 주거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외관 설계는 세계적인 호텔인 힐튼, 메리어트, 포시즌 등을 설계한 HBA그룹에게 맡길 예정이다. 인테리어는 고급오피스텔인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 타워팰리스, 웨스틴조선 등을 담당한 건축가 최시영이 맡는다. 이어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과 MOU를 맺어 단지 내 커뮤니티에 병원 건강증진센터 운영을 준비했다.

롯데건설은 분담금 100%를 입주 후 4년 뒤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입주 시까지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을 내놨고 노후 주택과 상가 유지보수비로 7000만원 지급도 내걸었다. 착공 시기는 이주 완료 후 4개월 이내, 공사 기간은 착공 후 37개월 이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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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롯데의 비교표(왼쪽)과 대우건설의 비교표. ⓒ천지일보 2022.10.19

◆‘레이저 홍보 조명’까지 불붙은 홍보전

두 회사는 열띤 홍보전에 임하는 각오도 대단했다.

앞서 대우건설 관계자는 “설계부터 사업 조건까지 지금껏 정비사업에서 유례없던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다”며 “회사의 모든 역량을 다해 한남2구역을 인근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한남2구역 조합원이 호텔보다 더 편안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월드클래스 거장들과 협업해 설계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르엘 팔라티노를 통해 조합원들이 최고급 서비스와 편의를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과도한 홍보 경쟁도 뒤따랐다. 지난달 19일에 찾은 한남2구역으로 향하는 이태원 4번 출구 벽면에 롯데의 대형 포스터가 3개나 붙었다.

한남2구역 부동산 유리창마다 두 건설사의 광고 포스터가 도배됐고 대우와 롯데가 서로에 대해 평가하는 ‘시공 능력표’도 붙어 있었다. 롯데건설은 각 부동산 간판마다 레이저 홍보 조명까지 무료로 설치 해줬다. 보도블록 위에 내려지는 롯데 아파트 광고를 조합원 한 명이라도 더 봐줬으면 하는 심산이다. 이를 두고 주민들의 반응이 찬반으로 엇갈렸다. A부동산 대표는 “롯데든 대우든 레이저 조명 설치는 가리지 않는다. 마땅한 홍보물이 없었는데 부동산 입장에서는 환영이다. 비록 레이저 내용이 광고 글이지만 마침 가로등도 별로 없었는데 길을 밝혀주니 얼마나 좋냐”며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반면 B상회 사장은 “요즘에 전력난도 심각하다는데 이렇게까지 전기를 버려가며 광고를 꼭 해야 하나”면서 “나중에 전기요금과 레이저 조명 값이 고스란히 주민들과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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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조성민 기자] 롯데건설이 각 부동산 간판 밑에 설치해 준 레이저 홍보 조명. ⓒ천지일보 2022.10.19

또 2인 1조 홍보원들이 양측 회사의 이름을 달고 선거에 유세하듯 한남2구역 이곳저곳을 누볐다. 이런 적극적인 홍보 공세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에 조합원들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한남2구역 공인중개사무소마다 건설사 선택을 문의하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에 이명화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두 건설사가 경쟁 구도로 아주 열정적으로 홍보하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 “다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조합원들도 공정한 투표로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며 과열된 홍보 경쟁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투표장 잠입 논란’까지… 막판 갈등 폭발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두 건설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부재자 투표에서 발생한 ‘대우건설 직원의 투표장 잠입 의혹’ 때문이다.

조합 측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투표가 진행된 현장에서 대우건설 측 인력이 투표용지를 만졌다. 또 조합원 명부가 있는 컴퓨터도 손을 댔으며 조합원 6명이 투표할 때까지 전산작업을 했다. 조합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이번 사건은 엄중한 범죄며 경찰의 조사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고로 잠시 중단됐던 부재자투표는 정상적으로 재개됐고, 대우건설은 조합원들의 안심을 위해 현장 CCTV 공개를 조합 측에 먼저 요구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날 주차관리 알바생을 보내 현장을 돕게 했다”면서 “조합 측 관계자가 해당 알바생에게 주변정리와 단순 업무를 지시했다. 업무 중에는 컴퓨터 작업도 포함돼 이를 수행했을 뿐이며, 이후 조합이 고용한 인력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사는 이와 관련한 모든 영상과 녹취를 가지고 있으며 증거 보존을 위한 녹취록 작성을 완료 후 조합 측에 이를 확인시켜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5일 예정된 조합원들의 시공사 선택 투표에서 두 회사의 운명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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