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노래, 말 동작 담긴 가면극
사회 부조리를 해학·풍자적 표현
정부-보존단체의 협력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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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면극인 ‘한국의 탈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전통 가면극인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에 등재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전해지면서 ‘탈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탈춤’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이유는 무엇일까.

◆ 화해와 조화를 위한 무형유산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은 가면을 쓰고 하는 놀이로 일종의 ‘가면극’이다. 농경 사회 초기부터 존재한 가면극은 가을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나 굿을 할 때 가면을 쓰고 춤을 추면서 진행됐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탈춤은 이어졌으며 특히 조선 후기 민간에 보급되면서 더욱 발전됐다.

탈춤의 특징은 춤과 노래, 말 동작 등으로 역동적이고 유쾌하면서도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것에 있다. 특히 조선 후기 민간에 보급되면서 무능하고 부패한 양반이나 문란한 생활을 하는 파계승, 그릇된 남녀 관계, 가난한 서민의 생활 모습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공연이 늘어났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며 보편적 평등을 주장하고 계급제의 모순을 비판하면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도 크게 하나가 됨을 지향하는 유쾌한 상호 존중의 공동체 유산으로 화해와 조화를 위한 무형유산인 것이다. 

또 공연에 정식 무대가 필요 없이 공터만 있으면 공연을 진행할 수 있고 관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런 소통과 사회 비판의 특성 때문에 1970~1980년대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탈춤은 국내에서 안동의 하회 별신굿 탈놀이, 함경도의 북청 사자놀음, 황해도의 봉산 탈춤과 은율 탈춤, 통영의 오광대놀이 등 13개의 국가무형문화재와 5개의 시도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이는 한국의 무형유산 제도가 도입된 1960년대부터 비교적 이른 시기에 국가무형문화재 목록에 포함돼 국민들에게 전통적 공연예술 및 무형유산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한국은 총 18개의 무형유산을 ‘한국의 탈춤’으로 구성해 신청했으며 탈춤의 등재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무형유산이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이 됐음을 상기시키면서 소속감과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 평가기구 “잘 준비된 신청서”

우리나라가 ‘한국의 탈춤’을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이다. 이후 수정과 보완 자료 제출을 거쳐 이달 말에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릴 제17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탈춤’은 지난 1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받으면서 최종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평가기구는 이번 ‘한국의 탈춤’ 등재신청서를 모범사례(Good Example)의 하나로 제시했다. 특정 무형유산의 대표목록 등재가 어떻게 무형유산 전체의 중요성에 대한 가시성과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신청서에는 탈춤의 등재로 무형유산의 가시성과 인식이 지역적·국가적·국제적 차원에서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등재 후 공연 소책자나 홍보 공연에서 지역 공동체에게 무형유산협약과 협약의 목적을 알릴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알리고 관심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탈을 쓰고 춤을 추는 전통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배양하고 무형유산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18개 보존회를 통해 보호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현재 탈춤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18개 보존회를 통해 보존되고 있으며 기록화는 전문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정기 공연 외에 청소년 탈춤 축제 한마당 같은 행사를 통한 전승 노력도 있으며 정부에서는 재정뿐만 아니라 홍보·교육·워크숍·기록화 등의 노력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미래 보호 조치로는 세계 탈문화 아카이브 구축, 교류 프로그램 추진, 기타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이 추진할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보존단체 총연합회는 등재 후 탈춤의 연행과 전승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연행자들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작성했다.

또 신청서에는 문화재청이 2019년 등재대상 공모를 실시한 후 관련 공동체·단체·개인이 얼마나 활발하게 과정에 참여했는지도 설명했다. 신청서는 공동체 및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 작성 및 수정 됐으며 등재의 필요성 동의부터 작성 및 미래 보호 조치 고안까지 전 과정을 긴밀하게 협력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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